지난 13일 MBC 예능 ‘나는 가수다 시즌3(나가수)’의 한 장면. 동네 노래방에서도 사라진 ‘줄 달린’ 마이크를 들고 그룹 스윗소로우(멤버 인호진 송우진 김영우 성진환)가 화음을 맞췄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감미롭게 소화한 이들은 청중평가단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 영예를 안았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나가수’ 제작진은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노력 때문일까. ‘나가수’는 전 시즌에 비해 녹화현장에선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고급스러운 사운드로 주목받고 있다. KBS ‘불후의 명곡(불후)’과 ‘유희열의 스케치북(스케치북)’, EBS ‘스페이스 공감(공감)’ 등 안방을 공연장으로 만들어버리는 프로그램에 만족감을 표현하는 시청자가 늘고 있다.
◇목소리와 악기의 ‘조화’=16일 서울 마포구 성암로 MBC에서 만난 ‘나가수’의 정지찬 음악감독은 “방송에선 카메라에 잡혀있는 가수의 목소리가 가장 잘 들려야 한다는 편견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조화”라며 “공연장과 같은 사운드를 구현하려면 악기와 목소리의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사·작곡·편곡자면서 그룹 원모어찬스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가수들이 가장 좋아하고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경연 가수들에게 어떤 스타일과 사운드가 어울리지는 잡아내고 돕는 역할을 한다.
‘나가수’에 유선 마이크가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방송가에선 2000년 이후 보기 좋고 무대 위에서의 동선도 자유로운 무선 마이크를 사용해 왔다. 그럼에도 제작진이 대형 무대 위에 유선 마이크를 올린 것은 더 좋은 사운드를 찾기 위한 정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그는 “무선 마이크는 음성 신호를 비슷한 형태의 디지털 방식으로 끊어 보내는 반면 아날로그(유선) 마이크는 밀도 있는 소리를 모두 담아낸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출연자 구성부터 연습, 녹화, 녹화 후 음향작업(후작업)까지 사운드에 가장 신경을 쓴다. 강영선 ‘나가수’ PD는 “기본 10인조 밴드의 2배 규모인 20인조 하우스 밴드를 꾸려 풍성한 소리를 전달하려 한다”며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음향에 투자해 아티스트가 원하고 대중도 좋아하는 소리를 찾으려 노력 중”이라고 귀띔했다.
◇노래·프로그램 분위기 따라 음향 작업도 다르다=현장에선 감동이 전달됐을지라도 안방극장에서 시청자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BS ‘공감’의 경우 이를 위해 ‘노래 분위기를 가장 잘 살리는 방향으로 후작업을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윤현철 음향감독은 “녹화 후 뮤지션과 함께 믹싱 작업을 한다”며 “강조해야 될 부분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밸런스를 잡아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프로그램마다 음향 작업 분위기도 다르다. KBS ‘불후’와 ‘스케치북’을 모두 담당하고 있는 문용석 음향팀장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심야 시간에 시청하는 ‘스케치북’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작업을 한다. 이에 반해 가수들끼리 치열한 경연을 벌이는 ‘불후’는 극적이고 최대치의 사운드를 끌어내려 한다”고 전했다.
차이를 주기 위해선 세밀한 마이크 설치 작업이 최우선이다. 드럼 한 세트에만도 13개 정도의 마이크가 사용된다고 한다. 30인조 합창단이 무대에 등장한다면 제작진은 30개 마이크로 그들의 목소리를 따로 따로 녹음한 뒤 합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각각의 소리 변화와 호흡까지 잡아내야 전체적으로는 들을 때 입체감 있는 사운드를 완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 팀장은 “대중의 귀가 고급스러워져 노래 한 곡 녹화는 4∼5분이 걸려도 후작업은 3∼4시간이 소요된다”면서 “인지도가 없던 실력파 가수나 평가 절하돼있던 아이돌 가수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뽐내고 그 음악을 잘 전달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TV ‘음악예능’은 안방 콘서트장… “고음질로 승부” 제작비 절반 사운드에 지출
입력 2015-02-18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