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흑자가 4년 연속 이어졌다. 지난해 흑자 규모는 최근 4년 동안 최고치인 4조5869억원이었다. 건강보험 재정 누적적립금은 12조8072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건보 재정 흑자 행진에 대해 ‘국민들이 건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의료계는 ‘불황에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총수입이 48조5024억원으로 전년보다 7.4% 증가했고, 총지출은 43조915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7% 늘어 당기흑자가 4조5869억원이라고 16일 밝혔다. 건보 지출 증가율은 2005∼2011년 연평균 12.0%였지만 2012∼2014년엔 5.5%로 크게 낮아졌다.
시민사회와 의료계는 진료비 부담에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환자 본인이 비용을 100% 내야 하는 비급여 진료비와 선택진료비, 건강보험 적용 진료의 본인부담금 등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저소득층일수록 병원에 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에 보험료를 적게 낸 하위 20%의 지역가입자 가운데 15.3%(21만2000명)는 1년 동안 병원이나 약국에 한 번도 안 갔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정책위원은 “소득에 따른 의료 양극화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다르게 본다. 복지부는 “건강한 고령화, 암 발생률 감소, 건강검진을 통한 질병 예방 및 조기 발견이 늘어 의료비 지출 증가를 둔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보 재정은 계속 흑자인데 보장성(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수준)은 되레 떨어지고 있다. 보장률은 2010년 63.6%, 2011년 63.0%, 2012년 62.5%로 3년 연속 하락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 중 본인이 부담하는 의료비 비율은 2011년 20.0%에서 2012년 20.3%로 증가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보 재정 흑자를 보장성 확대와 국민의 의료접근성 향상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작년 건강보험 4조5869억원 흑자 “불황에… 아파도 병원 못가” “암 감소 등 국민 건강해져”
입력 2015-02-17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