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통화 스와프 ‘O’… 경색된 양국 외교관계 작용

입력 2015-02-17 02:38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1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 스와프가 오는 23일 만기와 함께 종료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감안하면 미미한 금액이긴 하지만 독도문제 등 외교적 이슈로 인해 위기대응의 ‘실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한국은행은 16일 “한국과 일본의 재무 당국과 중앙은행은 양국 간 통화 스와프 계약은 예정대로 오는 23일 만료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2년 700억 달러까지 늘어났던 양자 간 스와프는 잔액이 완전히 사라진다.

이 스와프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에 따른 양자 간 통화 스와프로 양국이 위기상황에서 상대국 통화를 100억 달러까지 바꿔 주도록 한 계약이다. 이번 스와프 중단으로 한·일 양자 간 통화 스와프는 더는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384억 달러를 인출할 수 있는 다자간 스와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통화 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를 대비해 상대국에 자국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양국 간 통화 스와프는 2001년 7월 20억 달러로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2012년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았고 2013년 7월에는 30억 달러가 추가로 만료됐다.

이번에도 경색된 양국 간 외교 관계가 작용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의 요청이 없는 한 연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흘리면서 한국 정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게다가 양국 모두 스와프가 절실한 상황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동력이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3621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1000만 달러 이상 많은 수준이고 경상수지는 지난해 1년간 894억2000만 달러의 흑자를 올렸다. 일본 입장에선 엔화가 국제통화이기 때문에 스와프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셈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