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주요 대기업들은 주주들의 이익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집중적으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룹 계열사들이 같은 날 주총을 여는 행태가 반복될 것으로 관측됐다. 대기업들은 160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을 쌓고도 기업이익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데엔 인색했다. 반면 외국인 지분이 많은 금융권은 저금리 시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면서도 배당액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 등에 따르면 상장사 236개사 중 다음 달 금요일(13·20·27일)에 주총을 열겠다고 밝힌 기업이 183개사(77.5%)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다음 달 13일에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총도 같은 날 열린다. 다음 달 20일(62개사)과 27일(91개사)에도 상장사들의 주총이 몰려 있다. 주총이 같은 날 몰리면 주주들은 안건과 관련해 본인의 의사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어 상장사들이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대기업들의 금고도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500대 기업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말 158조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2013년 기준)은 12.8%에 불과해 최저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다만 정부가 배당확대 정책을 펴면서 기업들이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상장사들이 공시한 지난해 현금배당 규모는 10조2751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9025억원 늘었다.
반면 외국인 지분이 70%에 육박하는 금융권의 경우 주주 배당에 적극적이다. KB금융은 올해 배당액으로 3013억원을 책정해 지난해(1931억원)보다 크게 늘렸고, 지난해 3701억원을 배당한 신한금융도 올해 배당액을 5124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이 때문에 외국인에게 유리한 배당으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따라다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대기업 계열사, 주총은 왜 같은날 할까… 77%가 내달 금요일 예정, 주주 권리행사 제한 꼼수
입력 2015-02-17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