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자입찰 시스템을 10년간 위탁 관리하면서 3000억원에 가까운 각종 전기공사를 소수의 특정업체에 몰아주고 134억원의 뒷돈을 챙긴 민간 정보통신업체 직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종범)는 16일 한전 전자입찰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특정업체가 공사를 낙찰 받도록 도와주고 거액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사기·배임수재 등)로 박모(40)씨 등 정보통신업체 직원 4명을 구속 기소했다. 박씨 등은 한전 자회사인 한전KDN에 파견근무를 하면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또 동료업자들을 박씨 등과 연결해주고 돈을 챙긴 주모(40)씨 등 전기업자 2명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보통신업체 직원 박씨 등 4명은 2005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들이 관리·운영하는 한전 입찰시스템 서버에 수시로 접속해 낙찰가를 미리 알아내거나 조작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박씨 등은 그동안 건수기준 133건 계약금액으로는 2709억원의 전기공사를 소수 특정업체가 낙찰 받도록 해줬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공사대금의 1∼10%인 134억원을 모두 현금으로 받아 1인당 6억∼83억원씩 나눠 가졌다.
검찰은 박씨 등이 한전KDN 근무기간이 끝나게 되면 범행 수법을 전수받은 다른 지인을 후임자로 파견해 입찰비리가 장기간에 걸쳐 반복됐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자신의 집 등 외부에서 한전 입찰시스템 서버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따로 개발해 입찰비리를 손쉽게 저질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업자에게 받은 돈으로 대형 아파트를 사거나 고가의 외제차를 굴리며 호화생활을 해왔다. 집 금고에 4억1500여만 원의 현금다발을 보관하거나 1채 당 1억원에 가까운 광주 상무지구의 오피스텔 35채를 한꺼번에 산 경우도 있었다.
검찰은 단일 전기공사의 계약금액이 크고 마진율이 높아 최대 5763대 1에 이를 만큼 전기공사 입찰경쟁이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한전KDN이나 한전의 묵인 또는 공모 여부를 조사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의 전자입찰 시스템에 10년간 구멍이 뚫려 있던 셈”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한심한 韓電… 133건 2700억대 입찰 조작, 뒷돈 134억 챙겼다
입력 2015-02-17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