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억원대 전투기 정비대금 편취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예비역 공군 중장 천모(67)씨가 구속 기소되면서 블루니어 방위사업비리 사건의 검찰 수사는 일단락됐다. 블루니어는 항공기부품 수입·판매업체다. 이 회사에 재취업한 공군 예비역 장교들 다수는 사기 범행을 무마하기 위해 군 조직 내 연줄을 동원하는 등 ‘로비스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은 16일 허위 서류로 전투기 정비대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사기 등)로 천씨를 구속 기소했다. 천씨는 전역 후 블루니어 부회장으로 영입돼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허위 서류를 토대로 공군 군수사령부와 방위사업청에서 정비대금 명목으로 213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급여를 축소 신고하며 군인연금 2400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블루니어의 방위사업비리를 장기간 수사해온 검찰은 천씨 등 공군 예비역 고위 장교들의 역할이 핵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블루니어 박모(54) 대표는 천씨 외에도 전직 대령 2명 등 공군 고위직 출신들을 영입했다. 영입된 장교들은 공군과 방사청에서 정비 예산, 정비 품목, 향후 정비정책 등 전투기 정비 정보들을 다각도로 수집했다. 천문학적인 정비대금 사기는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계획됐다.
전직 고위 장교들은 정비대금 부풀리기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무마하는 ‘로비스트’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했다. 블루니어는 한때 교체한 폐부품을 반납하는 척하다가 회수해 끼워 넣는 사기 행각이 들통 난 적이 있었다. 이때 전직 장교들은 각자의 연줄을 동원해 공군 내 선후배들에게 적극적으로 사건 무마를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군 검찰 수사나 자체감사 없이 조용히 넘어갔다.
이들은 또 주간·월간회의를 열고 전투기 정비대금 편취를 주기적으로 모의했다. 심지어 부하들에게 정비대금 부풀리기를 독려한 사실도 조사됐다. 방사청이 전투기 정비대금 원가 실사를 나올 때엔 담당자들을 접대하는 역할도 맡았다.
지난해 12월 도피 2년6개월여 만에 박씨를 검거한 검찰은 현재까지 블루니어 관계자 5명과 방사청 전 사무관을 구속 기소했다.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박씨의 부동산과 예금채권 등에 가압류·추징보전 조치를 끝냈다. 검찰 관계자는 “무기체계 정비 분야의 고질적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방산업체 블루니어 비리’ 수사] 검은 마후라? 후배들 타는 전투기 정비대금 떼먹은 前 공군 장교들
입력 2015-02-17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