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조과학과 지적인 존재가 세상을 창조했다는 지적설계론은 지적인 존재에 하나님을 대입하면 결국 같은 이론일까.
조덕영(사진) 창조신학 연구소장은 최근 발간한 공동 저서 ‘기독교와 창조론’을 통해 지적설계론이 창조와 창조주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의 관심을 끌지만 성경을 배제하기 때문에 창조과학과는 전혀 다른 이론이라고 16일 강조했다. 흔히들 지적인 존재가 하나님이라면 창조과학과 같은 것으로 여기는데 지적설계론의 지적인 존재는 하나님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 연구소장에 따르면 창조과학은 세상을 질서 있게 창조한 초자연적인 행위자를 성경에 근거해 하나님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지적설계론은 특별계시인 성경에 근거하지 않고 일반계시 안에서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정당화하려는 논증인 자연신학을 따른다.
지적설계론자의 3총사 중 한 명인 미국의 윌리엄 뎀스키는 그의 저서 ‘설계 추론과 지적설계’를 통해 “지적설계는 성경과 무관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지적설계론 3총사는 뎀스키(신학자이면서 과학자)를 포함해 마이클 비히(가톨릭 신자인 생화학자), 필립 존슨(비기독인인 법학자)을 지칭한다.
창조과학과 지적설계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창조 시기의 경우 창조과학은 신학자들이 창조연대를 성경 문자적으로 해석한 6000여년을 고수하지만 지적설계는 다양한 창조 시기설을 받아들인다. 창조과학의 종교관은 기독교를 근거로 삼지만 지적설계는 기독교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주요 유일신교들도 인정한다.
진화론에 대한 입장차도 선명하다. 창조과학은 성경의 창세기에 나온 대로 생명이 창조됐다고 보면서 모든 진화론적 사고를 철저히 배격한다. 하지만 지적설계론은 지적설계의 도구로 유용하다면 진화론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 소장은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이 인간을 찾아오신 복음의 계시에 기초한다. 하지만 자연신학은 인간이 하나님을 찾아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서 “자연신학에 따른 지적설계론은 복음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조과학은 배타적인 성향이 있는 반면 지적설계는 유연하고 여러 이론에 열려 있다”면서 “이 유연성이 신학의 배타적인 면을 메워줄 수는 있겠지만 신학적으로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분석했다. 유연함이 복음의 진리를 훼손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신앙의 눈으로 지적설계론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서에는 조 소장의 논문 외에도 창조론 오픈포럼 공동대표인 양승훈 벤쿠버 기독교세계관 대학원장의 ‘다중격변과 소행성 충돌’, 박찬호 백석대 신학대학원 교수의 ‘창조론의 중요성’, 이선일 울산소망정형외과 원장의 ‘신묘막측의 절정, 인체’ 등 19편의 논문이 수록돼 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지적설계론, 창조과학과 전혀 다르다”… 조덕영 창조신학 연구소장, 차이점 강조
입력 2015-02-17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