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나온 영화 ‘월드 인베이젼’을 이제야 봤다. 이 영화를 개봉 당시 보지 않은 것은 넘쳐나는 악평에 지레 질려서였다. 그러나 현재에서 아주 가까운 미래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과 미국 해병대 간의 ‘시가지 전투’를 그린 영화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일부 지적대로 미국, 미군 찬가가 두드러졌지만 미국영화가 미국과 미군을 찬양하는 게 뭐가 문제인가.
내가 주목한 부분은 따로 있다. 영화 중간쯤 용감한 행동을 하는 한 군인을 향해 동료가 “존 웨인 흉내를 내지 말라”고 하자 옆에 있던 젊은 병사가 말한다. “존 웨인이 누구야?” 세상에. 아무리 신세대라고 한들 존 웨인을 모르도록 시나리오를 만들다니.
존 웨인이 누군가. 그는 단순한 배우가 아니다. 그는 미국의 가치와 이상, 그리고 애국심과 미국적인 것을 대변하는 문화적 상징, 아이콘으로까지 여겨져 왔다. 그는 평생 두 편의 영화를 직접 제작·감독했다. ‘알라모’(1960)와 ‘그린베레’(1968). 이것만 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그를 ‘듀크(공작)’로 불렀다.
그런 존 웨인을, 비록 영화 속에서지만 불학무식한 프랑스 살인청부업자(레옹)조차도 독특한 걸음걸이를 흉내내면서 어린 소녀와 알아맞히기 퀴즈놀이를 즐기는 존 웨인을 모른다고? 그것도 미 해병대 병사가? 하긴 요즘 우리 젊은이들이 ‘한국판 존 웨인’ 김승호를 알까?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7) ‘존 웨인 공작’
입력 2015-02-17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