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모범운전자회 회원들은 20년 넘게 지역 내 어렵게 사는 노인들의 발이 되고 학생들의 푸른신호등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1992년부터 소년소녀가장과 홀로 사는 노인 등 다섯 가정씩을 추천 받아 명절 때마다 정성어린 선물을 보내고 있다. 창립 멤버로 당시 회장이었던 박갑석(70)씨가 크진 않더라도 작은 것부터 주위를 돕자고 제안하면서 출발했다. 이후 회원들의 택시는 사랑을 싣고 다니는 직장이자 사무실로 변했다.
회원들은 집으로 직접 방문하든지 학교로 찾아가 쌀과 라면, 상품권, 학용품, 용돈 등을 전해줬다. 어느 때는 노인들을 차량에 태워 전북 고창이나 부안, 전남 여수 등으로 효도관광을 다녀오기도 했다.
“5∼6년 전 일이에요. 경남 진주에 산다는 20대 젊은이가 음료수를 들고 찾아왔어요. 대뜸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최고참 회원이자 20년간 모임을 이끈 박씨는 그때 일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예전에 소년가장으로서 작은 도움을 받은 친구였는데, 호텔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아저씨, 저도 그런 마음으로 살게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참 기분이 좋았어요. 오히려 우리가 고마웠죠.”
이 같은 활동은 3년 전 모임을 맡은 최영배(60) 회장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최 회장은 ‘사랑의 쌀 나눔 행사’로 이름 붙인 뒤 지역 내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들에게 20㎏짜리 쌀을 전달해주고 있다. 물품은 회원들의 성금과 사무실 운영비를 절약해 모은 돈으로 구입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일 쌀 50포를 차량에 나눠 싣고 소년소녀가정 등 어려운 이웃의 집을 방문해 전달했다. 2013년 12월에도 36가정에 따스한 정을 나눠줬다.
1981년 결성된 이 모임은 현재 6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교통봉사와 다른 이웃을 돕기 위해서도 땀을 흘려왔다.
회원들은 학교 밀집지역에서 등하굣길 안전 캠페인을 전개하고, 축제와 행사 때에는 교통질서요원으로 활동했다. 또 교통사고 현장은 물론 각종 재해 발생 때 신속한 교통정리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앞장서 왔다.
회원들은 차량통행이 많은 축전교 4가에서 매일 10여명씩 나와 오전과 오후 2시간씩 수신호 교통정리로 중·고생들의 교통사고예방에 기여했다. 또 지역 대표 축제인 ‘춘향제’가 열릴 때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교통질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공로로 회원들은 남원경찰서장으로부터 자주 감사장을 받았다.
최영배 회장은 “회원 모두 교통 봉사만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정성을 모으고 있다”면서 “1회성을 벗어나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과 사랑이 고루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원=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소년소녀 가장돕기-전북 남원모범운전자회] 노인에겐 발·학생에겐 희망의 푸른 신호등
입력 2015-02-17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