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폐경 여성의 수는 전체 여성 인구의 약 30%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오는 2030년이면 전체 여성의 4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인구의 고령화, 출생률 저하로 절대 인구수가 줄어든 만큼 폐경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듯 폐경기 여성이 늘고 있지만, 여성들의 상당수가 폐경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호르몬요법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치료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폐경 치료의 권위자인 미국 뉴욕대학교 란곤 메디컬센터 산부인과 스티븐 골드스타인(Steven R. Goldstein·사진 왼쪽) 교수와 연세대학교 의과대 산부인과 이병석 교수(오른쪽·대한폐경학회 회장)를 지난 4일 만나 대담을 갖고 폐경 여성의 치료법에 대해 물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폐경 여성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폐경기의 주요 증상은.
△골드스타인 교수=미국에서는 50대 이상의 여성이 암 등의 중증 질환이 없으면 평균 기대 수명을 91세로 예측하고 있다. 폐경 이후의 기간이 본인 인생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폐경기 증상으로는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야간발한, 안면홍조와 같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이 있으며, 골 질량 감소로 인한 골다공증, 골손실 등 주로 골 건강이 나빠지는 증상이 있다.
-한국 여성들은 폐경기 치료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음에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폐경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이병석 교수=우리나라 여성들은 폐경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호르몬치료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약물치료에 대한 복약순응도가 낮고 호르몬 치료 비율도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폐경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어 조기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
-폐경기 여성들이 건강기능식품 등에만 의존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데.
△골드스타인=미국에서도 대체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건기식의 경우 붉은 토끼풀(Red clover)이나 승마(Black Cohosh) 등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제제는 당국의 규제를 받는 것도 아니고, 표준적인 생산방식을 통해 만들어지지도 않아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것이 많다.
△이병석=우리나라에서도 백수오, 달맞이꽃 종자유, 당귀 등을 사용한 건기식을 많이 먹는다. 이러한 건기식은 폐경 증상의 호전을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더 확보돼야 하며, 의학적 근거가 미흡한 경우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폐경기 여성들에 쓰이는 기존의 호르몬 치료제는 유방암 위험성 증가, 골다공증 등의 각종 부작용의 위험이 있었다. 특히 WHI(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는 큰 우려를 낳았다.
△골드스타인=현재까지 폐경기 여성에게 가장 많이 쓰이던 호르몬 요법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을 병용한 요법이다. 하지만 WHI 연구를 통해 폐경 여성이 장기간 사용할 경우 유방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가 되며 학계에서 논란을 빚어 왔다. 호르몬 치료의 이점이 많음에도 잘못된 근거에서 발생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유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병석=WHI 보고 이후 주요 언론들이 호르몬 치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도했고, 이에 따라 호르몬 치료가 주는 장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방암 위험에 집착해 장점들을 간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호르몬 치료는 골다공증과 만성질환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폐경기 여성에게 적극 권장된다.
-기존 호르몬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한 TSEC 계열의 ‘듀아비브’라는 치료제가 나왔다고 들었다. 폐경기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병석=이 약물은 신약이기 때문에 장기 임상결과는 없어 지켜봐야 한다. 다만 이 치료제는 호르몬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가져가면서, 바제독시펜 성분이 함유돼 에스트로겐 단독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뼈에 좋은 작용을 할 수 있어 폐경기 여성 치료에 긍정적인 약물이다.
△골드스타인=에스트로겐 단독 사용 시에는 자궁내막 증식의 위험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복합 요법 시에는 유방 자극 및 자궁출혈 등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듀아비브는 결합형 에스트로겐과 바제독시펜을 접목해 자궁출혈의 불편함, 유방 자극 등의 불편함을 줄여 폐경기 여성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듀아비브’ 유방자극 불편 줄여 큰 효과
입력 2015-02-16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