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바로 의지의 한국인입니다.” 필자는 부인과 의사로 살아오면서 생명에 대한 남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필자는 부인과 의사이지만 남자여서 아기를 낳을 수도 없고 또한 엄마가 되고자 하는 그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암이라는 질병에 걸리면 일단 자신의 몸부터 회복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임신을 원하는 환자의 경우도 그다지 예외는 아니다. 이는 인지상정이리라! 그런데 자신보다는 태어나지도 않아서 아직 얼굴도 모르는 아기에 대한 간절한 소망으로 암치료를 원하는 환자가 있었다.
아마도 외국에서 유학 중에 자궁경부이형증 진단을 받은 환자로 기억이 된다. 이 환자 역시 필자에게 오기 전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는 자궁경부이형증 2기로 진단을 받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환상투열요법(LEEP) 시술로 치료받은 후, 새로이 자궁내막암으로 발전이 되었고 서울의 유명 병원에서 호르몬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받았으나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임신과 유산을 여러 번 반복한 끝에 결국은 암이 재발한 상태였다.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그 환자의 소망은 단 한 가지, 아기를 갖고 싶다는 바로 그 간절함이었다.
모든 의사들이 그렇듯이 필자 역시 정성을 다해서 치료를 했다. 광역학시술은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는 아주 양호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자신의 몸을 위해서 병을 치료하기보다 엄마가 되겠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치료를 받은 그 환자는 쌍둥이를 출산하고 또다시 아기를 출산하여 이제는 세 아기의 엄마가 되어 있다.
자신보다는 아기를 갖겠다는 간절함과 의지 그리고 생명에 대한 간절한 소망 때문에 치료를 원하는 그 환자! 의지의 한국인은 바로 지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 바로 그 환자가 아닐까? 한 가지 질병만으로도, 그것도 암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생명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겠다는 그 간절함이 아마도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리라!
자궁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여성암 치료방법에는 수술과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바로 광역학치료이다. 물론 모든 병기에서 이 광역학치료가 유효하다고 이야기 할 수 는 없지만, 적어도 임신을 원하는 적정병기의 여성암 환자에게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심각한 상태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필자에게 치료를 받고 지금까지 이 아름다운 세상에 나온 아기가 20여 명에 이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20여 명의 새 생명이 나에게는 200명 아니 2000명 또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오늘도 3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국내는 물론 유럽 등 해외에서도 임신을 원하는 자궁암 또는 자궁경부암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이메일을 읽을 때면 가슴이 저며 온다.
이제 곧 설 명절이다. 을미년 청양의 해를 맞아, 암이라는 질병과 싸우며 특히 아기를 갖고자 하는 여성암환자들에게 이 광역학치료가 빛의 희망으로 다가가기를 오늘도 간절히 소망해 본다.
한세준 조선대학교병원 산부인과 교수(부인종양학)
[한세준의 빛으로 치료하는 암] 의지의 한국인은 바로 엄마가 된 당신입니다
입력 2015-02-16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