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세포는 일정한 삶의 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멸과 재생이 반복된다. 재생 과정에서 노화된 세포는 스스로 죽어 주변 세포에 의해 흡수된다. 피부 세포는 노화되면 각질이 되거나 때가 되어 떨어져 나간다. 뼈세포의 경우 복잡한 파괴와 재생 과정을 겪게 되는데 충격적인 사실은 감염과 염증 같은 비정상적인 원인에 의해 파괴와 재생이 일어날 경우 다양한 원인과 경로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암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치아는 뼈와 같은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나 뼈와 달리 파괴와 재생이 잘 되지 않는 구조여서 평생 동안 사용한다. 그래서 정상적인 경우는 물론이고 감염과 같은 비정상적인 경우에도 파괴 시스템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해야 하는데 이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가 바로 상아질모세포이다.
상아질모세포는 치아 내부의 신경과 치아 사이의 경계면에 배열돼 있는 세포로서 치아를 통해 세균이 침입할 때, 처음 만나는 세포이고 선천적 면역 활동을 조절하는 치아 내부의 피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이다. 충치가 생기거나 치아가 마모됐을 때 시린 것을 느끼는 것도 상아질 모세포 돌기가 일차적으로 담당한다. 상아질 모세포는 평소에 상아세관을 통한 세균의 침투를 막으며 충치가 발생하면 균이 우리 몸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장벽을 형성하기도 하는 중요한 세포이다. 하지만 충치가 심해지면 상아질모세포는 사망하게 된다.
상아질모세포가 사망하면 치아 내부의 신경이 들어있는 근관(뿌리내부구멍)에 감염이 무차별로 진행되며 치아 내부의 세포들은 괴사돼 버린다. 이때 치과에서 시행되는 가장 일반적인 치료가 근관치료(신경치료)이다.
근관치료의 실패율은 최대 15%에 달하고 증상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근관치료가 된 치아의 대부분은 상아질 모세포가 살아 있는 자연치아와는 달리 구조상 세균을 완전히 제거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세균이 서식하기 좋으며, 장기적인 감염의 요충지로 작용한다.
또 상아질모세포가 담당하던 면역 조절기능이 사라져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로부터 치아가 비자기화 물질(이물질)로 판단돼 수지상세포 등에 의한 파괴와 재생 시스템이 가동되게 된다.
치아손상, 현성감염, 만성적인 불현성감염(증상이 없는 감염), 면역세포들의 인식과 낮은 상태의 만성염증 등이 우리 몸의 전신반응을 유발하게 된다.
감염에 의한 암 발생 과정과 후생학적 관점에서의 히스톤단백질의 변형, 그리고 뼈단백질 생성 등이 근관치료와 관련돼 암을 유발하고 발전시키는 대표적인 과정이다. 근관치료가 된 치아와 주변 턱뼈에서 발생되는 뼈 단백질인 오스테오폰틴, 상아질기질단백질, 뼈시알로단백질, 상아질 시알로단백질, 기질외인산당단백질 등이 암의 발생과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부상되고 있다.
오스테오폰틴은 대장암 유방암 위암 췌장암 폐암 전립선암 간암 난소암 자궁암 등의 발생 침습 진행 전이와 관련돼 있다. 뼈 단백질들은 암세포의 사멸 방해, 증식 접착, 이동, 기질 파괴, 침투, 대식세포 활성화 및 종양관련대식세포의 분화, 암세포의 혈관 내 이동과 혈관 밖 이동(삼출), 전이, 신생혈관 생성, 암세포 증식, 암세포 생존 등 모든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궁극적으로는 치아 감염치료가 근관치료가 아닌 보다 덜 침습적이고 확실하게 감염을 차단할 치료법 개발이 매우 시급하다. 감염과 염증과 관련된 암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치를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다. 기존의 근관 치료가 돼 있는 치아 주변에 뼈가 파괴되는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경우 발치를 하는 것이 좋겠다.
황정빈 신세계치과 원장
[건강 나침반] 치아 신경치료 인한 암 유발 막으려면
입력 2015-02-16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