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인 아버지께서 방사선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항암치료는 입원치료가 가능했지만 방사선은 통원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거주지가 지방이어서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서울에 있는 쉼터를 알게 돼 지원을 했고, 1회차 치료가 모두 끝날 때까지 부모님이 계실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 교수와 규모가 큰 유명 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으면 더욱 뛰어난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지방에서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치료가 힘든 질환일수록 더 심한데 물론 이들 교수가 많은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어 힘든 암에 좀 더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수요(환자)는 많고 공급(의료진, 병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유명병원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인데 다행히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해도 이들 스타교수의 진료를 받기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치료시기가 늦어져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위 사례는 서울로 항암치료를 다니는 아버지를 둔 보호자가 인터넷에 올린 글인데 다행히도 환자들이 지낼 수 있는 쉼터를 이용할 기회를 얻어 보다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 중에는 서울에서 치료를 받고 지낼 곳이 없어 통원하는 경우가 많다. 2013년 건강보험통계연보의 시·도별 신규 중증(암) 등록환자(2013년 1월부터 12월까지) 현황을 보면 서울의 경우 5만539명인데 서울 소재 요양기관에서 진료 받는 환자수는 11만8287명으로 2배를 훌쩍 넘는다. 즉 6만7748명은 서울 이외 지역의 암환자가 치료를 위해 서울로 왔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경북지역은 등록 암환자가 1만4843명인데 이 지역 요양기관에서 진료 받는 환자는 8132명으로 약 6700명의 환자가 타 지역에서 진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도 등록 암환자는 5만4271명이지만 이 지역에서 진료를 받은 인원은 5만2139명으로 약 2100명이 다른 지역에서 진료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인데 동일 시·도 내에서 치료받는 암환자보다 등록 암환자수가 충남 4300여명, 경남 3000여명, 전북 3000여명, 충북 2200여명, 전북 1100여명, 강원 800여명 많았다. 결국 치료를 하지 않는 환자를 제외하더라도 2만명이 넘는 환자가 타 지역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암 진단 및 치료과정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알려 의료기관의 진료가이드에 따른 진료과정 개선노력을 유도하고 진료변이를 감소시키는 등 암 진료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적정성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발표(2014년 12월 19일)된 대장암 적정성 평가의 경우 서울권 35개소, 경기권 24개소, 전라권 8개소, 충청권 9개소, 경상권 26개소, 강원권 4개소로 나타났는데 우선 가까운 곳에 우수한 평가를 받은 의료기관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예전보다 치료기술이 좋아졌다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암은 무섭고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기에 누구나 최상의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환자·보호자의 체력적인 부담은 물론 시간과 금전적 부담까지 3중고에 시달리도록 하는 원정 진료가 꼭 필요한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전국 6만여명 스타의사 찾아 서울로… 원정 암치료 정답일까
입력 2015-02-16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