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데 화답하듯 이뤄진 것이어서 ‘교차 참배’라는 말이 나왔다. 당 대표이면서 차기 대권 주자인 두 사람이 내년 총선과 이듬해 대선을 앞두고 각각 상대 진영을 아우르기 위한 통합 행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문 대표의 참배를 “잘한 일”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의사를 밝혔었다. 그리고 닷새 만에 봉하마을을 찾았다.
김 대표는 참배 후 방명록에 “망국병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온몸을 던지셨던 서민 대통령께 경의를 표합니다. 참 멋있는 인생이셨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 빠져 정치권이 너무나 극한 대립해온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화해와 화합의 정치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했고, 서거 1주기 행사엔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참석했었다. 현 여권 정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건 2011년 황우여 대표권한대행에 이어 두 번째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꽤 길게 언급했다. 그는 “1988년 13대 총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부산 동구에 출마할 때부터 인연이 있다”며 “통일민주당 행정실장 시절 13대 국회 초선 의원이던 노 전 대통령과 자주 교류했다”고 설명했다. 청문회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 율사 출신인 노 의원을 당시 김영삼 총재에게 추천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는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참 많이 했던 사람인데, 그것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상당히 있다”고 언급했다. 단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선 “정치적 소신에 대해선 사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추모의 집에 전시된 사진과 영상물을 30여분간 둘러봤다. 노 전 대통령이 자전거 뒤에 손녀를 태우고 가는 사진을 보고는 “멋있다”라고 했고, 청문회장에서 치열하게 따져 묻는 사진 앞에 서서는 “예전 생각이 난다”며 한동안 머물렀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려고 했지만 권 여사 측에서 일정상 이유로 어려움을 표해 만나지 못했다.
김 대표는 15일엔 경기도 하남에 있는 신장전통시장을 찾았다. 이어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해 국가유공자와 애국지사들을 만나며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17일엔 국회에 근무하는 환경미화원들과 떡국 오찬을 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설 연휴 정치권의 대표적인 명절 행사인 귀성길 인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여야 대표의 ‘참배 정치’] 봉하마을 찾은 김무성 “지역 타파, 서민 대통령께 경의”
입력 2015-02-16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