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어떤 현대의학으로도 통제되지 않는 유방암이 있습니다. 5년 생존율을 논하는 것이 무색할 만큼 선고 후 1년 만에 세상과 작별하는 환자들도 있고요. 건강한 여성도 유방암의 위험인자로 꼽히는 것들을 멀리하는 생활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건국대학교병원 외과 박경식 교수는 인터뷰를 시작하며 기억의 남는 환자 이야기를 꺼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유방암 선고를 받은 환자의 이야기였다. 불행히도 그 환자는 유방암의 종류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염증성 유방암이었다. 전체 환자의 1∼6%를 차지하는 염증성 유방암은 암의 성장이 빨라 치료성적과 예후가 좋지 않다. 박 교수는 “수술과 보조치료의 성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모든 유방암이 예후가 좋은 것은 아니다. 유방암 중에서도 전통적인 치료법이 듣지 않는 유방암이 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유방암 예방법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단 박 교수는 비타민D의 섭취를 늘릴 것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비타민D는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면역세포의 활성에 관여하기 때문에 유방암 예방을 위해 중요한 영양소다. 햇빛 노출을 꺼려하는 한국 여성들의 상당수는 체내 비타민D 농도가 세계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또 유방암 환자들 중에도 체내 비타민D 수치가 평균보다 떨어진 경우가 많아 섭취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나의 환자들에게도 비타민D가 풍부한 연어, 참치, 꽁치, 표고버섯 등을 잘 섭취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타민D 섭취를 위해 아무리 식단을 챙겨먹어도 평균치만큼 끌어올리기 힘들다. 이때는 영양제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두 번째로 꼽는 유방암 예방법은 저지방식이와 운동이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데, 젊은 여성은 난소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고 중년 이상의 여성은 복부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다. 박 교수는 “저지방식이와 운동을 통해 복부지방을 없애면 체내의 에스트로겐이 감소해 유방암 발생위험이 크게 떨어진다. 사실 복부지방을 없앤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면 유방암 예방에 상당한 도움이 되므로 적극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연령별 유방암 발생빈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유방암 환자의 발생률이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특히 60∼70대 연령층에서 가장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40∼50대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60대 이후부터는 유방암 발생률이 서서히 떨어진다. 박 교수는 “이러한 차이는 국가 간 유방암 발생 요인에 차이가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인 분석이지만 한국 여성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40∼50대 한국 여성들은 육아와 직장 스트레스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다. 유방암 환자 중 부신이 커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이다. 우리나라에 40∼50대 유방암 환자가 많다는 것은 스트레스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유방암 예방을 위한 중요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 항암치료 중인 유방암 환자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암 덩어리 자체에서 나오는 독성이나 항암제의 독성으로 식욕부진이 찾아올 수 있다. 암환자가 아침, 점심, 저녁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은 빠른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음식을 섭취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면 식욕촉진제 같은 약물의 도움을 받아볼 수 있다. 아침, 점심, 저녁 규칙적인 식사와 생선, 닭고기, 콩 등 단백질 반찬, 비타민D가 풍부한 반찬은 유방암 예방을 위한 최고의 식단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유방암 예방에 비타민D는 필수입니다”
입력 2015-02-16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