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어렵게 나온 표적치료제… 환자들 접근은 쉬워져야

입력 2015-02-16 02:44

최근 5년 사이 암환자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한 해 동안 신규 암환자는 25만1025명 발생했는데 이중 갑상선암 환자가 4만424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위암 환자 3만417명이 고통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위암은 다행히도 우리 의료진들이 세계적인 치료기술을 가지고 있어, 2008∼2012년 기준으로 5년 생존율이 71.5%에 이를 만큼 우수하다. 이러한 지표는 동전의 양면처럼 70% 이상의 위암 환자들이 완치를 얻을 수 있다는 밝은 소식과 함께 약 30%의 위암 환자들은 진단 시점부터 이미 완치가 어려울 만큼 진행된 상태로 병원에 방문하거나 수술과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한다는 어려운 현실을 말해준다.

다른 장기까지 침범하거나 재발된 위암 환자들은 완치 가능성과 생존율은 낮지만 지속적인 항암화학치료를 통해 암의 진행을 막으려는 힘든 싸움을 치른다. 이들 진행성 위암 환자들은 그 숫자가 매년 1만명에 이를 정도로 많다. 진행성 위암 환자의 온 몸에 있는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항암제 치료와 면역치료가 대표적이다. 위암은 비교적 항암제 치료에 반응이 좋아 다른 암에 비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항암치료는 회복이 어려운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고, 내성이 생기면서 치료효과가 없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또한 위암 환자는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 항암제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생존율을 높이면서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의 약물이 필요하다.

최근 진행성 위암 환자들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 새로운 개념의 표적 치료제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위암 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화를 타깃으로 하는 맞춤형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으며, 위암 세포의 진행과 전이를 집중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의 형성을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도 진료에 도입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표적치료제의 성공적 개발은 결코 쉽게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다. 수많은 신약에 대한 임상연구들이 진행됐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나, 이러한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들을 통해 더욱 진보된 새로운 약물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새로운 항암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확인되어 신약개발이 시작되고 이후 임상연구에 성공해 환자에게 사용이 가능해지는 약제는 후보 약물 1000개 중 하나 정도로 드물다. 신약개발은 이처럼 어렵기 때문에 새로이 시판되는 항암제의 가격은 연구비용을 반영해 매우 높은 가격으로 약가가 결정된다.

안타깝게도 높은 가격의 신약은 위암 환자들이 본인 부담으로 감내하기도 어렵고, 건강보험공단에서도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보험급여의 대상에서 제외되곤 한다. 수술과 단기간의 항암치료로 완치에 이르는 암환자의 의료부담은 그리 크지 않지만, 오랜 기간 항암제 치료와 고가의 약물 치료에 매달려야 하는 진행성 위암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가정이 파탄에 이를 정도로 큰 경제적 부담을 요구한다. 모든 암환자에게 동일한 비율로 적용되는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는 차등 적용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어렵게 세상에 나온 새로운 표적치료제라는 희망의 불씨를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소중한 희망의 등불을 지켜 주는 것이 생명의 기로에 서 있는 진행성 위암 환자들이 입증되지도 않은 민간요법에 매달리는 혼돈을 막는 방법이다. 의료계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김열홍 고려대안암병원 암센터 교수(대한암학회 학술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