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을 찾았다. ‘시험’이 주는 불확실성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임상시험은 신약을 만나는 유일한 통로로 인식되며 암환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더 이상 기존 방법의 치료효과가 없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암환자는 임상시험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접하는 것일까. 이를 보여주는 국가적 차원의 통계는 없다. 다만 국내 암 전문가들은 세 가지 경우를 꼽았다. 일단 주치의로부터 제안을 받게 되는 경우다. 혈액종양내과 의료진 가운데 새로운 항암제를 연구 중인 경우 이를 자신의 환자에게 제안해볼 수 있다. 위암환우회 회장 심순복씨도 이 같은 경우였다. 심씨는 “첫 암진단을 받을 때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다. 거의 포기할 때쯤 병원을 옮겨 찾아간 곳에서 임상시험을 권유받았다.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주치의의 말을 믿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환우회를 통해서 알게 되는 경우다. 일단 회원수가 많은 환우회는 그 안에서 정보 교류가 활발하다. 또한 특정 대형병원에서 만들어진 환우회일수록 간호사가 임원인 경우가 많아 임상시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S병원 임상연구간호사는 “신약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효능비교 임상시험에 참여할 때 자신이 가짜약 군(group)에 속할까봐 오히려 걱정하는 환자들이 있다. 제비뽑기를 통해 결정되는데, 자신이 임상신약 군에 뽑힐 수 있도록 알려달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대형병원에서 임상시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다. 환자들은 이곳에서 임상시험의 종류와 시험기간, 의료혜택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일일이 물어보며 발품 파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임상시험을 대하는 환자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A병원의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임상시험이 지나치게 미화되어서 환상을 갖고 참여했다가 효과가 없어 크게 실망하는 바람에 오히려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기적이 일어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환상 속 신기루 같은 이미지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임상시험 수준은 수많은 시행착오 단계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상시험센터를 갖춘 대형병원에서는 피험자보호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피험자보호센터는 병원 내에서 이뤄지는 임상연구가 윤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수행되는지 심의함으로써 연구에 참여하는 피험자를 보호하는 기관이다. 이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기관윤리생명심의위원회(IRB)에서는 연구자로부터 제출받은 임상연구계획서를 검토한 뒤 부작용이 우려되는 임상연구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임상시험 중인 한 교수는 “비윤리적인 실험문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다. 그만큼 윤리적인 부분은 해소가 되었다고 본다. 임상시험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나 의료진의 이해도가 높아진 덕”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암환자 임상시험 정보 어떻게 얻나
입력 2015-02-16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