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이야기-일양약품 ‘슈펙트’] “백혈병 잡는다”… 1차치료제 허가 눈앞

입력 2015-02-16 02:39
국산 항암제 슈펙트의 1차 치료제 허가가 눈앞에 다가왔다.

백혈병은 혈액암의 일종이다. 우리 몸의 뼈 중심 부분에 위치한 골수는 백혈구·적혈구·혈소판 등의 혈액 세포를 만들어 혈액으로 방출하는 장소인데, 여기서 백혈구에 이상이 생겨 지나치게 많은 비정상 백혈구 세포가 증식할 때 이를 백혈병이라고 한다.

백혈병은 만성기, 급성기, 가속기 등 3단계로 나뉘며, 만성기는 진행 속도가 느린 만성경과를 밟는 백혈병을 말한다. 급성기는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만성기일 때 집중적으로 표적항암제를 복용해 치료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매년 400여명 정도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요즘에는 대부분이 생존하기 때문에 국내 전체 환자수는 3000∼4000명 정도다. 만성골수성백혈병 1차 치료제로는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 ‘타시그나(닐로티닙)’, ‘스프라이셀(다사티닙)’의 3개 제품이 있으며, 2차 치료제로는 ‘슈펙트(라도티닙)’가 있다. 이들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완치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이제 백혈병도 완치에 근접해 가고 있다”며 “환자들이 전문의의 진단에 따라 자신에 몸 상태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선택해 치료를 받게 되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산 항암 신약인 ‘슈펙트’는 올해 말 1차 치료제를 앞두고 있어 환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중 일양약품이 개발한 슈펙트는 2월 중 1차 치료제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을 마칠 예정이다. 일양약품은 지난 2011년 8월부터 임상 3상을 위한 피험자를 모집했으며, 지난해 2월 240명의 피험자 모집을 완료했다. 임상시험은 서울성모병원 등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4개 국가 24개 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올해 말에는 1차 치료제로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 3상 시험이 완료되면 약 3∼4개월의 분석과정을 거쳐, 식약처에 1차 치료제 허가를 위한 등록절차를 밟게 된다.

슈펙트는 글리벡 이후 등장한 2세대 백혈병치료제 중 가장 저렴한 약가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유럽혈액학회에서 2세대 TKI 제제들의 비싼 약가가 쟁점이 되자 슈펙트의 낮은 약가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슈펙트는 2차 치료제로서 1일 800mg을 복용해야 하는데, 하루 2회 복용 약값이 6만4000원이다. 이는 국내 기준으로 다른 2세대 약물보다 1일 기준 약 2만∼4만원 저렴한 것이며, 가장 오래된 약이자 제네릭 약물까지 등장한 글리벡(2000년 초반 출시)보다도 싼 것이다.

글리벡이 1차 치료제로 처방되는 경우 4만4308원이 들지만, 2차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경우 6만6462원(600mg 기준)의 약값이 들어간다. 이처럼 저렴한 가격과 2세대 약물로서 뛰어난 효능 때문에 슈펙트가 1차 치료제로 허가가 나올 경우 약 1000억원대에 달하는 국내 백혈병 처방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