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의 동행] 유방암 극복… 환자-의사가 말하다

입력 2015-02-16 02:03
강규언(왼쪽) 회장과 양정현 의료원장. 강규언 회장은 2011년 6월 유방암으로 유방부분절제술과 감시림프절 생검술을 받고,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시행. 현재 항호르몬치료 중이며 수술 후 4년째 재발 없이 건강히 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규언(45) 건국대학교병원 유방암 환우회 에델바이스 회장이 양정현(66) 건국대학교병원 의료원장 겸 유방암센터장에게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암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100만원의 바자회 수익금을 전달했다. 강 회장은 “올해 바자회에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회원이 참여했다. 회원들의 마음이 담긴 만큼 도움이 필요한 암환자에게 쓰였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 이에 양 의료원장은 “매년 환우를 돕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도움이 필요한 환우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항상 에델바이스에게 감사하고, 의료진들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감사의 말을 덧붙였다. 이에 강 회장은 다시 “환우회에 가입하는 회원들이 늘고 있어 뿌듯하다. 유방암 환우회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방향을 다잡아 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 양 의료원장과 강 회장의 첫 만남은 유방암 환자와 유방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시작됐다.

◇양정현이라는 의사를 만나다=지난 2011년 40대 초반 나이의 강규언씨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1기 환자로 양정현 건국대학교병원 유방암센터장을 만났다. 유방암을 반드시 이겨내야 하는 환자와 이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양 센터장이 삼성의료원에서 이 병원으로 부임해 진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이 같은 해 6월 1일인 점을 고려하면 강씨의 주치의 만남은 행운 그 자체였다.

그해 6월 16일 강씨는 우측 유방 부분절제술을 받았다. 수술 후 7월 17일부터 9월 9일까지 4차례에 걸친 항암치료에 이어 11월 18일까지 방사선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강씨는 방사선 치료와 함께 항호르몬제를 현재까지 복용하고 있다.

유방암을 이겨내겠다는 강씨의 마음가짐과 양 의료원장과 의료진들의 노력이 합쳐져 치료 3년이 지난 2014년 8월 검사상 재발 및 전이 소견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강씨는 암이 본인에게 찾아왔을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만 40세가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년마다 받게 하는 검사가 있는데, 그때 했던 유방촬영검사에서 석회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초음파검사를 해보라 했지요. 초음파검사에서 작은 혹이 보인다고 계속 지켜보자고 했어요. 그로부터 일년 남짓 후에 초음파검사상 이상소견이 보여 조직검사를 했고 유방암 판정을 받았어요. 조직채취를 위해 의료침상에 누웠을 때 암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제 몸에게 ‘너를 많이 챙기지 못하고 살아왔구나, 아끼지도 않았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처음으로 제 몸에게 깊은 사과를 했어요.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오히려 무덤덤했어요. 남편이 오히려 눈물을 보였지요.

남편이 인터넷, 지인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유방암 권위자를 찾기 시작했죠. 그래서 양정현 교수님을 알게 됐고, 양 교수님을 찾아서 건국대병원에 오게 됐어요. 양 교수님은 ‘감시림프절 생검법’을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해 유방암 치료에 선구자 역할을 해 오셨기 때문에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정말 구세주 같은 분이란 생각을 했어요. 운 좋게 양 교수님을 알게 되어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에서 양 교수님을 처음 뵙던 날, 교수님은 걱정하지 말라며 당신의 저서인 ‘유방암 진료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 책 한 권을 사인을 해서 건네주셨습니다. 그 책을 다 읽고 양 교수님의 방송프로를 인터넷에서 다시보기를 통해 모조리 보았습니다. 유방암의 치료방법과 진행 등 유방암에 대한 정보와 함께 양 교수님의 유방암 환우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나니 든든하고 마음이 많이 가벼워져서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까지 잘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치료과정에서 환자에게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던 것이지요.

수술을 위해 수술대에 누웠을 때 양 교수님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하고 잠이 들었어요. 불안한 마음보다는 교수님을 믿었으니까 마음을 놓고 편히 기다렸습니다. 교수님 얼굴 뵙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양정현 의료원장은 유방암 전문의로 평생을 살아왔으며 유방암 치료 명의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유방암 전이 여부를 진단하는 감시 림프절 생검법, 겨드랑이 부분에 내시경을 넣어 수술하는 겨드랑이 임파절 내시경 수술, 침 정위 생검법을 국내 최초로 시행하면서 환자들의 통증과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또 전체 유방암 환자 중 80%에 대해 유방 보존술을 시행했는데 이는 선진국 수준의 유방보존 성적이다.

양 의료원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국립의료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서 외과과장, 암센터장, 진료부원장, 성균관의대 외과학교실 주임교수 등 지냈다. 2011년 6월 건국대학교병원 유방암센터장으로 부임했으며 그해 9월 건국대 의료원장에 취임했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연구를 선도해온 양 의료원장은 한국유방암학회장, 대한내분비외과학회장, 대한감시림프절연구회장, 세계유방암컨퍼런스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유방외과술기연구회장, 대한림프부종학회장을 맡고 있다. 해외 학술활동으로는 미국외과학술원회원, 미국종약학회 정회원, 미국유방학회 정회원, 국제 내분비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환자 강규언씨는 이랬다=양 의료원장은 처음 강씨를 만났을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오른쪽 유방의 바깥쪽 겨드랑이에 가깝게 밤알만한 딱딱한 혹이 만져졌다. 외부병원에서 이미 침생검을 해 조직검사상 유방암으로 알고 왔기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고 있어서 유방암은 다른 암과 달리 비교적 양순하고 치료방법도 많이 발달해 있어 너무 두려워 말라고 당부했다. 검사, 수술 결과 1기 유방암으로서 수술은 유방부분절제술과 감시림프절 생검술을 시행하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보조로 시행하고 현재 항호르몬 치료 중인바 수술 후 4년째인 현재 재발이 없이 건강히 지내고 있다.

강규언씨를 포함한 모든 유방암 환자들에게 양 의료원장은 “유방암은 절대 치료가 불가능한 암이 아니며 최근 많은 치료약제가 개발돼 생존율이 눈부시게 높아진 암이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치료하고 잘 관리하며, 이길 수 있다는 낙관적인 사고를 가지고, 정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라고 당부한다”고 항상 얘기한다.

또 현재 유방암 극복을 위해 노력 중인 환자들에 대해서도 “병원에 올 때를 제외하고 평소에는 자신이 유방암 환자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고, ‘나는 감기를 앓고 있듯 필연적으로 유방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낙천적인 사고와 신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양 의료원장은 “의료에서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무척 중요한데, 두 사람 간의 신뢰는 진료실에서 나눈 대화에서 비롯된다. 많은 의사들이 환자에게 질병에 대한 설명을 잘 해 줬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환자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환자의 일상, 관심사 등을 고려하며 나누는 진료실 대화는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의사의 권위나 진료의 효율성은 잠시 내려놓고서 환자와의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마음의 노력을 하고 동료 후배 의사들에게도 이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가 남다른 이유=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는 2011년 양 교수 부임 이후 급성장해 지난해 국내 최고의 전문암센터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2012년 들어서면서 유방암센터는 진료 성적을 국내 최고로 끌어 올리는 한편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 마련에 주력했다. 유방암 환자만을 위한 전문 외래진료 공간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여성 전용 병동을 가동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2년 한 해 총 수술 건수가 303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에 대한 환자들의 진료 만족도가 높다는 객관적 근거다.

유방암센터는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과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8개 진료과의 유방질환 전문의가 유방 방사선 촬영, 유방 감마스캔, 초음파, 조직검사 장비 등 최신 장비를 갖추고 환자 진료정보를 종합 분석해 유방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든 외래 환자에 대해 당일 진료 및 검사를 원칙으로 한다. 유방암 전이 여부를 진단하는 감시 림프절 생검법, 겨드랑이 부분에 내시경을 넣어 수술하는 겨드랑이 임파절 내시경 수술, 침 정위 생검법, 양성종양에 대한 맘모톰절제술 등의 첨단 기법을 이용해 진단에서 치료의 전 과정에서 흉터를 최소화하고 있다. 유방암 치료의 근본인 수술의 경우 성형외과 전문의와의 협진, 최신 수술 장비 및 기법을 통해 유방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유방보존수술을 받은 경우는 80%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세계 유수의 병원과 대등한 성적이다. 또 전 절제가 불가피한 환자라 할지라도 수술과 동시에 유방재건성형 수술을 받을 수 있다.

건국대병원 유방암센터가 수술 후에도 유방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이유는 유방 절제술을 시행할 경우 여성으로서의 상징성이 사라져 비록 암은 완치될 수 있으나 이후 환자의 삶의 질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종양 개수가 많거나 암 조직이 크면 항암치료를 한 뒤 유방보존술을 위한 치료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환우회 회장과 의사로 다른 환자를 돕다=강규언 회장과 양정현 의료원장의 이러한 인연은 유방암 환우회 봉사로 이어졌다. 건국대병원 유방암 환우회 에델바이스는 200여명으로 구성된 비교적 작은 규모의 환우회지만 구성원은 다양하다. 인천, 용인, 이천 등 각지에서 환우들이 찾아온다. 회원들이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며, 희망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에델바이스를 책임지고 있는 회장 강규언씨는 암 환자일 당시에도 환우회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완치 후에도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강 회장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을 만나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면서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며 “이것이 에델바이스를 계속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에델바이스는 매년 옷과 음식 등 유방암 환우를 위한 자선바자회를 진행, 수익금을 암환자를 위해 사용하도록 건국대병원에 기부하고 있다. 매년 초 정기총회를 개최해 1년 활동 계획을 수립한다. 봄에는 춘계 야유회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회원들 간의 화합과 친목을 다지고 여름에는 희망나눔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으로 불우한 환우를 돕는다. 가을에는 핑크리본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고, 건강강좌로 유익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겨울에는 송년의 밤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새해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

양 의료원장은 “환우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환우일수록 병원에서 진행하는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기 때문에 자신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환우회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건강한 인간관계는 투병 중 겪는 심적인 고통을 상당히 덜어주어 향후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