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지상군 투입을 천명한 가운데 이라크 등 중동 지역에 새로운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의 지상군 병력이 인근 쿠웨이트로 향하고 있고, IS는 이에 맞서 13일(현지시간)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안바르주 공군기지 인근을 장악하는 등 양측의 충돌이 임박한 모습이다.
미 언론들은 과거 이라크 전쟁에 투입됐던 미 육군 제3전투여단이 전날 콜로라도주 기지에서 쿠웨이트 파병 출정식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번주 초 쿠웨이트에 배치되는 이들 병력은 4000여명으로 중동 지역 단일 파견 부대로는 최대 규모다.
탱크와 장갑차 등 중화기를 갖춘 제3전투여단은 최정예 부대로 꼽히며 중동작전을 지휘하는 미군 중부사령부에 편입돼 향후 IS와의 지상전에 대비하게 된다. 제3전투여단 사령관인 그레그 시에라 대령은 출정식에서 “만약 제3전투여단 군인들이 IS와 맞붙게 된다면 그 결과는 의심할 필요도 없다”면서 “확실하게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시리아 알레포 지역의 대규모 병력을 이라크 전선에 배치해 연합군과의 전면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IS는 이에 맞서 미군이 주둔한 이라크 서부의 공군기지를 습격해 무력시위에 나섰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IS가 이날 서부 안바르주에 위치한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수차례 공격을 가했으나 이라크군에 의해 격퇴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지에는 이라크군에 대한 군사자문 격의 미군 4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IS는 수일 전부터 최근까지 기지 인근의 알바그다디 지역을 장악하면서 전략적 요충지인 안바르주에 대한 장악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모양새지만 이 지역 수니파 지도자인 셰이크 네임 알 가우드는 “더 많은 지상 병력과 화력 지원이 없다면 이라크군은 수일 내에 안바르주에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IS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14일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이라크 온건 수니파 지도자인 셰이크 카셈 스웨이덴 알 자나비가 아들 무하마드와 조카인 제이드 알 자나비 이라크 의회 의원 등과 함께 차량으로 이동 중 무장괴한의 습격을 받아 알 자나비와 무하마드, 수행원 6명 등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생존한 알 자나비 의원 측은 “정부와 연관된 시아파 민병대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살해된 알 자나비는 바그다드의 종교적 긴장 완화와 화해를 주도해 온 인물로 알려져 극단주의 무장 강경파가 더욱 득세할 것으로 관측된다.
IS는 시아파 정부에 분노한 수니파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이라크에서 세력을 급격히 확대해 왔다. 이 같은 점을 상기할 때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 확산은 IS와의 전면전을 앞두고 있는 이라크 정부와 연합군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 지상군 투입 앞두고… ‘폭풍전야’ 이라크
입력 2015-02-16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