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이 드시는 음식은 베트남에서 명절 때 나누어 먹는 떡 ‘방쯩’입니다. 후식으로 코코넛을 말린 과자 ‘믓’도 준비돼 있으니 맛있게 드세요.”
15일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 대흥로 염산교회(김종익 목사) 나눔터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공동체 YIC(Yumsan International Church) 회원들로 북적댔다. 한국의 명절 설이 다가오는 시점에 어느 때보다 고국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있을 외국인들을 위해 베트남 음식이 나왔다. 이를 위해 한국생활 7년차인 베트남인 황 티항(26·여)씨는 전날 교회에 나와 정성스럽게 자국의 먹거리를 맛깔나게 준비했다. 티항씨는 참석자들에게 큰 목소리로 고국 음식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이곳에 온 20여명의 중국, 베트남, 필리핀인들과 교역자, 스태프들은 티항씨가 만든 음식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찹쌀과 녹두, 삼겹살을 주재료로 만든 방쯩은 입에서 살살 녹았고, 한 개만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영양이 듬뿍 담겨 있었다. 티항씨는 “매년 한국의 명절 때가 되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어 눈물이 나올 정도”라면서 “고국의 음식을 만들면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 베트남 음식을 먹어 보지 못한 교회 분들에게 제공하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진 윷놀이 시간. 화기애애하고 흥겨운 분위기가 시종일관 이어졌다. 어린 아이들까지 윷을 던지며 환호하는 등 현장은 뜨거웠다. 결승전에서 YIC 공동체 사역을 4년째 전담하고 있는 김경헌 목사와 두 명의 베트남인 부티 푄, 응위 엔티뒨씨 팀이 우승했다. YIC 공동체에 속한 외국인들은 이곳에서 잠시나마 고향 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이들에게서 근심 어린 표정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염산교회는 2012년부터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섬기기 위한 YIC 공동체를 만들었다. 교회는 매주 외국인들을 위한 예배와 식사, 나라별 커뮤니티 모임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 년에 두 차례 외국인들의 영적 성장을 위한 수련회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이들의 한국생활 정착과 신앙생활을 돕는다. 특별히 한국의 명절 기간에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별 음식을 제공한다. 김경헌 목사는 “염산교회 YIC 공동체는 외국인들에게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김종익 목사는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YIC 공동체의 존재 이유”라면서 “공동체 안에서 이들의 신앙이 성장하고 예수님을 알게 되면서 밝아진 모습을 볼 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생활 5년차인 베트남인 응위엔티 타오(30·여)씨는 “공동체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한국어가 많이 늘었고 문화를 익힐 수 있었다”며 “어려운 일이 생겨도 서로 중보기도를 하니 외롭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윷놀이로 향수병 날리고, 음식 나누며 정 쌓고
입력 2015-02-16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