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세탁기 고의파손 혐의 LG 임원 기소… 삼성·LG 다툼 결국 법정으로

입력 2015-02-16 02:32

삼성전자가 자사 세탁기를 고의 파손한 혐의로 고소한 LG전자 조성진(59) 사장 등 임원 3명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여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유출을 두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간 비방까지 가열되면서 삼성과 LG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전자업계인 두 회사의 소모적 법정공방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주형)는 LG전자 조 사장 등 임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3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를 부순 혐의(재물손괴)를 받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가전매장 CCTV 화면에는 조 사장이 무릎을 굽히며 열려 있는 세탁기 도어를 양손으로 내리 누르는 장면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이후 LG전자 측은 “경쟁업체 제품 테스트 결과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검찰은 이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LG전자 변호인인 함윤근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의 사장이 상대회사 직원들까지 지켜보는 앞에서 고의로 손괴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초 검찰은 글로벌 가전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두 회사 대표가 재물손괴 사건으로 법정에 선다는 것은 ‘국력 낭비’라고 보고 합의를 중재했다. 실제로 중국 하이얼 등 백색가전 업체들이 중국정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내수시장을 장악하며 급성장하고 있고 일본 가전업체들도 부진을 딛고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펼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커 합의에 실패했다.

세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삼성과 LG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영익)는 OLED 핵심 기술을 빼낸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사장 윤모(50)씨와 이를 건네받은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 노모(47)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본연의 사업을 통해 정정당당한 경쟁에 나서 달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기소는 통상적인 기업 간 비즈니스에 대해 다소 지나친 잣대를 적용해 유감스럽다”며 “LG디스플레이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삼성디스플레이를 모함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반대로 삼성디스플레이 OLED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전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임원 등 3명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김유나 문동성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