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땅에서 우승… 기쁨 더 커”… 피겨 사대륙선수권 男싱글 1위 데니스 텐

입력 2015-02-16 02:02
데니스 텐이 지난 1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5 ISU 피겨 사대륙선수권대회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섬세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남자싱글 역대 3위의 압도적인 점수로 1위에 오른 텐이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작은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 외국이 아니라 제2의 고향입니다. 이번 우승을 카자흐스탄과 한국 국민에게 바칩니다.”

카자흐스탄의 데니스 텐(22)이 지난 14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사대륙선수권대회 남자싱글 정상에 올랐다. 구한말 의병장인 민긍호 선생의 외고손자로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텐은 쇼트프로그램 97.61점, 프리스케이팅 191.85점을 합한 총점 289.46점으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생애 첫 사대륙선수권대회 우승이자 일본 중국 캐나다 미국 이외 국가 소속 선수의 첫 우승이다. 특히 텐의 점수는 패트릭 챈(캐나다·295.27점), 하뉴 유즈루(일본·293.25점)에 이어 남자싱글 역대 3위에 해당한다.

텐은 “1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는데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당시 아쉬움이 많이 줄게 됐다”면서 “특히 조상의 땅인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해 기쁨이 더욱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치 ‘피겨 여왕’ 김연아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텐 역시 피겨계의 변방인 카자흐스탄에서 피겨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의 목표는 3년 뒤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현재 그의 최대 라이벌로는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하뉴(21)가 꼽힌다. 한국 피겨 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한국의 피를 이어받은 텐과 하뉴의 관계를 제2의 김연아-아사다 마오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김연아를 알게 된 것이 자신의 선수생활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김연아 소속사인 올댓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기도 한 텐은 “예전에는 성적만 바라보고 운동을 했다면 지금은 팬들을 위해,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을 위해 연기를 한다”며 “김연아를 만나고 한국에서 아이스쇼를 한 것이 목표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연아에게 팬들이 환호를 보내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텐은 “김연아라는 선수 하나만으로 불러온 한국 피겨의 변화가 놀라웠다. 내가 김연아만큼 할 수는 없겠지만 카자흐스탄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길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연아 키즈’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여자싱글의 박소연과 김해진은 9위와 11위에 랭크됐고, 남자싱글의 김진서와 이준형은 15위와 18위에 머물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