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萬手)’ 유재학(52) 울산 모비스 감독은 불과 35세의 나이로 인천 대우 사령탑 첫 지휘봉을 잡았을 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17년 전인 1998년의 일이다. 당시 그는 “감독으로 치른 첫 경기의 상대가 안양 SBS였는데 마지막에 하프라인에서 공을 잘못 건네는 바람에 2점 차로 졌다”고 회고했다. 이어 “당시엔 장수할 줄 몰랐다. 우리가 파리 목숨인데 중간에 짤릴 줄 알았다”고 말했다.
내일이 불투명했던 젊은 감독은 이후 승부 세계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고는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500승 고지를 밟았다.
유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는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70대 6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유 감독은 500승384패(승률 56.6%)를 기록했다. 다승 부문 2위 전창진 부산 kt 감독(423승302패·승률 58.3%)과는 77승 차다. 1998년 역대 최연소로 인천 대우(현 인천 전자랜드) 사령탑에 오른 유 감독은 2004-2005시즌부터 모비스를 이끌며 승수를 쌓아왔다. 올 시즌 감독 부임 17년째를 맞아 프로농구 최장수 사령탑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 감독은 1만 가지의 전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인 ‘만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변화무쌍한 전술을 가동하며 모비스 감독으로서 정규리그 우승 4회와 챔피언결정전 우승 4회를 달성하는 위업을 남겼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선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하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유 감독은 “그동안 함께했던 선수들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좋은 농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 감독은 장수를 하며 500승까지 하게 된 원동력에 대해 “성적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며 “좋은 인간관계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자평했다. 또 “구단과의 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만 모두 할 수도 없고 구단이 원하는 대로만 끌려갈 수도 없다”면서 “접점을 찾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잘 해나가는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유 감독의 올해 목표는 정규리그 우승이다. 그는 “6개월 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정규리그 우승의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구단은 경기 후 등번호 ‘500’이 찍힌 유니폼과 유 감독 피규어(모형) 인형을 선물했다. 동천체육관에는 5000석 만석과 입석 관중을 포함해 총 6775명의 관중이 몰려와 유 감독의 500승을 축하했다.
한편 이날 프로농구 상위권에선 지각변동이 이뤄졌다. 오랫동안 2위 자리를 지켰던 SK가 모비스에 패한 반면 원주 동부가 전주 KCC를 73대 60으로 꺾어 2, 3위가 뒤바뀌었다. 고양 오리온스는 창원 LG를 104대 81로 대파하고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울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첫 500승… ‘만수’가 웃었다
입력 2015-02-16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