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보고’ 美 의회도서관 열람해보니… 북한 희귀자료 훼손 심각하다

입력 2015-02-16 02:24 수정 2015-02-16 09:04
미 의회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북한 희귀 자료들은 북한 창건 당시 사회상을 잘 보여준다. 북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총여성동맹 기관지인 ‘조선녀성’ 1949년 10월호 표지에 러시아 여성이 실려 당시 러시아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해외 한국학의 보고로 불리는 미 의회도서관의 북한 자료에 대한 보존과 색인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 노획문서’로 불리는 6·25전쟁 기간 미군이 북한 지역에서 획득한 문건들은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지만 마모와 훼손 위험에 처해 있다.

10일(현지시간)과 13일 두 차례 워싱턴DC 미 의회도서관의 북한 희귀 자료들을 열람한 결과 일부가 이미 글씨가 희미해져 해독이 어렵거나 종이의 변·탈색이 진행 중이었다. 이 문서들은 전화(戰禍)로 인해 북한에도 없을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유일본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1950년 조선노동당 전라남도당에서 발행한 ‘학습재료’ 1호의 경우 펜글씨로 적은 표지가 탈색해 희미해져 있었고, 문서 모서리의 종이가 부스러질 위험에 처해 있었다. 1만점으로 추정되는 북한 자료 중에서 이 희귀 문서들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보전 작업을 하고 스캐닝을 해 디지털화해야 한다는 게 한국학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2012년에는 10개국의 한국학 연구자 36명이 미 의회도서관에 이들 자료에 대한 디지털화와 색인 작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 의회도서관의 사업 순위에서 북한 자료 보전은 후순위 중에서도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연방정부 예산 감축으로 한때 3명의 정직원이 근무하던 한국과의 인원은 1명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매년 6000여점에 이르는 한국어 잡지와 단행본, 영상자료 등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데도 일손이 부족한 실정이다. 디지털화가 시급한 북한 문서가 몇 건인지, 전체 페이지가 얼마나 되는지도 일손 부족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찰스 암스트롱 미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 문서들이 부스러지면 여기에 실린 정보와 사실이 모두 사라지고 마는 것”이라며 “미 의회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한국 고지도처럼 한국 정부가 북한 희귀 자료에 대해서도 보전 작업과 디지털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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