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임 주중 대사에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한 것으로 15일 알려지면서 박근혜정부의 주중 대사 임명 공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영세 현 대사에 이어 김 내정자도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중량급 ‘친박(친박근혜) 정치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이력을 살펴보면 박근혜정부 외교노선의 전체 밑그림을 훑어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바로 ‘대중(對中) 밀착 전략’이 그것이다. 외교가에선 “박 대통령의 미·중 대사 포석이 ‘미국엔 직업 외교관, 중국엔 친박 핵심인사 파견’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5월 최고의 우방인 미국에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안호영 현 대사를, 중국에는 권 대사를 보냈다. 안 대사는 외교부 내 여러 보직을 거친 경제통상 전문가이자 미국통(通)이지만, 박 대통령 의중을 파악할 정도로 중량급 인사는 아니었다. 그는 이번에도 교체되지 않았다.
반면 권 대사는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캠프의 선대본부장을 지냈고,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중국특사를 맡기도 했다. 중국 정부로선 “한국 정상이 우리에게 가장 신임하는 인물을 파견했다”고 여길 만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이번에 김 내정자가 베이징에 부임하면, 중국은 다시 한번 이런 믿음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1992년 양국 수교 이래 처음으로 부임하는 군 고위 장성 출신이자 ‘박근혜 청와대’의 안보컨트롤타워를 맡았다는 점에 더욱 주목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정부의 미·중 대사들을 살펴보면 현 정부와 상당히 달랐다. 김대중정부는 서울대 교수를 지낸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역시 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양성철 전 의원을 미국대사로 파견했다. 노무현정부는 미국 조야(朝野)에 능통했던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을 차례로 주미 대사에 임명했다. 이명박정부 역시 임기 5년 중 3년을 국무총리 출신의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에게 주미 대사를 맡겼다. 모두 당시 대통령 의중을 미 행정부에 전달할 만큼 무게감 있는 인사였다.
김대중∼이명박정부 15년 동안 주미 대사에 직업 외교관이 부임한 것은 두 차례, 재임기간은 5년 정도였다. 이에 비해 주중 대사로는 직업 외교관이 4명 부임했고, 재임 기간도 11년이 넘었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 들어 한·중 관계는 역대 어느 때보다 긴밀해졌다. 때문에 미국에선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중국의 군사적 확장전략에 맞대응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한·중 밀착을 좋게만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미국은 한·중 밀착으로 중국이 새로운 ‘북한 억제자’가 된 것은 긍정 평가한다”면서 “그러나 우리 정부가 중국만큼이나 미국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힘을 쏟는지 치밀하게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위성락 주러시아 대사도 교체될 것으로 전해졌다. 위 대사 후임에는 외교부 고위 간부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中은 친박, 美는 직업외교관에게… 박근혜정부 美·中 외교 전략은
입력 2015-02-16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