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그 자체가 인간·자연의 관계맺음”

입력 2015-02-16 02:46
지난 13일 방영된 KBS1 ‘요리인류-모험의 맛, 커리’의 한 장면. 왼쪽 사진은 이욱정 PD.KBS 제공

화면 가득 들어찬 화려한 색깔들, 두드리고 볶고 끓이는 소리들, KBS1 글로벌 대기획 ‘요리인류’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먹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5부작 다큐멘터리 ‘요리인류’(11·12·13·19·20일 밤 10시)는 지난해 나온 3부작에 이어지는 4∼8편에 해당하며 불, 커리, 빵, 셰프, 단 한 접시의 요리 등을 다룬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이욱정 PD를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KBS 연구동 편집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해 방송이 애피타이저 격이었다면, 이번 편은 메인 요리”라고 소개했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했던 그는 요리에 푹 빠져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라는 프랑스의 르 코르동 블루에서 셰프 자격증을 땄다. 회사는 복귀한 그에게 쿠킹 스튜디오를 열어주며 요리 다큐멘터리 제작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 결과로 ‘셰프 PD가 만드는, 침샘을 자극하는 다큐’가 만들어졌다. 이 PD는 “요리는 인류의 궤적”이라며 “먹는 행위는 인류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매 시간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고, 인간 그 자체이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맺음이기도 하다”는 요리 철학을 피력했다.

이 PD는 국수를 주제로 한 다큐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로 2010년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했다. 그는 “장문의 지식을 전문가와의 대담으로 읊어주는 다큐의 시대는 지났다”면서 “재미와 압도적인 아름다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리 버라이어티’의 홍수라 불릴 만큼 최근 방송가에선 요리를 소재로 한 프로가 유행이다. 이 PD도 4월부터 매일 10분 분량의 요리 프로를 제작하고 진행자로 나선다. 그는 “‘요리 인류 키친’이라는 이름으로 재료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한다”며 “집밥을 소재로 편안하게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8편까지 제작된 ‘요리인류’ 시리즈에 대해서는 “한 50편까지 제작할 수 있겠죠?”라며 웃었다.

‘요리인류’ 촬영을 위해 250여일간 20여개 국가를 돌며 산해진미를 맛본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이 뭔지 물었다. “누가 뭐래도 평양냉면이 최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앞으로 제작될 ‘요리인류’ 시리즈에선 절임 채소, 두부, 김치, 발효 등에 대해 다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요리 다큐는 한류 콘텐츠로서의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이 PD가 지난해 제작한 ‘요리 인류’ 1∼3편은 중국, 태국, 대만에 판매돼 좋은 성적을 거뒀고, 이번에 방송되는 다섯 편도 이미 팔려나갔다. 그는 “맛은 인류 공통의 언어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것을 주장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려고 한다”면서 “요리를 통해 자연과 사람이 서로 공생하는 모습을 말하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