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래불안·정책불신 해소돼야 소비위축 벗어날 것

입력 2015-02-16 02:30
지난해 국민들의 씀씀이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나라경제가 커진 만큼 가계소득이 늘지 않았는 데다 그나마 소득이 증가한 것과 비교해서도 소비는 늘지않아 경기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 가계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30만2000원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증가율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이는 작년 실질경제성장률 3.4%(잠정) 대비 1% 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라 전체 경제가 성장한 만큼 가계의 부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가계의 실질소비지출증가율은 1.5%로 실질소득증가율을 크게 밑돌았다. 이에 따라 평균 소비성향은 72.9%로 나타나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최저치였다. 소비성향은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실제적인 소비 규모를 나타내는 지표다.

‘경제성장률>가계소득증가율>소비지출증가율’ 양상은 우리 경제에 큰 걸림돌이다. 이 현상에는 성장하는 국가경제 규모를 가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버는 것보다 씀씀이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녹아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 가계소득이 늘고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다시 경제가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 함에도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다.

일차적 해법은 분배 없는 성장 기조를 없애는 것이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된다. 우선 기업의 부가 가계로 흘러들 수 있도록 해야겠다. 사내 유보금의 환류를 위해 적정한 수준의 임금 인상과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 물론 노동시장 개혁 등 생산성 제고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정착시키는 노력도 시급하다.

소비 위축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3일 소비 위축에 따른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 고착화를 우려했다. 지갑을 열게 하려면 불안을 걷어내야 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고령·저출산 흐름에 맞닥뜨리면서 모든 세대가 불확실성을 걱정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교육 및 주거비와 실업, 미래에는 건강과 노후비용을 우려하면서 돈을 쌓아두자는 보수적인 심리가 강화되고 있다. 1990년대 촉발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그림자가 우리 앞에 어른거리고 있는 듯 하다.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에서 중견 및 중소기업·내수 위주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4대 부문 구조조정 과 같은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에 바탕을 둔 지속 가능한 정책 집행이다.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잇따른 정책 혼선은 불안을 낳고, 이는 소비 위축과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의 고리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