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근로자들이 아파트 전세금을 마련하려면 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가 ‘살인’적인 수준으로 폭등하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114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세 시세와 통계청의 지난해 도시근로자 가구(2인 이상) 소득을 비교한 결과 서울의 도시근로자 소득 대비 아파트 전세가 배율(PIR)이 5.96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5.96년 동안 돈을 모아야 전세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의 PIR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에는 4.12였지만 2011년 5.28까지 상승했고, 2013년부터 5.66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서울의 평균 전세가격은 3억3849만원이었고,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간 소득은 5682만원이었다. 2012년 서울 전세가는 2억7767만원이었지만 2년 뒤 21.9%인 6082만원이 상승했다. 2년 재계약 기준으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지 않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균 연봉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른 지역의 전세금 추이도 비슷해 지난해 소득 대비 전세금 배율은 수도권과 전국 모두 최근 11년 사이 최고 수준이었다. 수도권의 PIR은 4.30, 전국은 3.43이었다. 특히 수요가 많은 공급면적 99∼132㎡ 미만 크기 아파트는 서울이 6.16, 수도권이 4.60, 전국이 3.82였다.
올해에도 전셋값 폭등은 이어지는 추세다. 2월 둘째 주 전세시장이 전주와 비교해 서울 0.26%, 경기·인천 0.13%의 변동률을 나타내면서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신도시는 0.06%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강동(0.20%) 서초(0.20%) 노원(0.16%) 강서(0.13%) 등 순서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올랐다.
이번 설 이후에도 전세가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통상 설 연휴가 끝난 뒤에는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가격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114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설 이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 가격 상승폭이 커진 경우가 6번이었다.
2009년 1월 전셋값은 0.30% 하락했지만 1월 26일 설이 지난 2월에는 0.64% 상승했다. 2013년에는 설이 있던 2월에 0.35% 올랐고 3월에는 0.44%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지난해에도 1월 31일 설이 지난 뒤 2월 0.8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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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근로자 연봉 6배… 소름 돋는 서울 전세가
입력 2015-02-16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