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70) 의원의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이 여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영남권 다선 의원들은 대구 수성갑에서 시작된 불출마 바람이 ‘중진 용퇴론’으로 확산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김부겸’이라는 강력한 주자에 맞설 후임자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의원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의 불출마는 차기 공천과 선거 결과를 나름대로 점검한 후 내린 개인적 판단이지 중진 의원들의 거취와는 상관이 없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른 의원은 “다선이라고 무조건 물러나야 된다는 식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모든 결정은 주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이 다가올수록 인적 쇄신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 이들에겐 부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중진 의원들에게 선당후사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 교체율은 2004년 17대 총선 때 36%, 2008년 18대 39%, 2012년 19대 41%였다. 특히 대구는 19대 총선에서 12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새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당 입장에선 대구에서도 상징성이 큰 지역을 사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수성갑이 여권의 텃밭이긴 하지만 ‘지역주의 타파’를 내건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19대 총선과 6·4지방선거 때 이곳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얻는 등 만만찮은 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인지도 등에서 김 전 의원을 능가하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그래서 거론되는 인사가 대구의 대표주자인 유승민 원내대표, 옆 지역구의 주호영 의원 등이다.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위 위원장과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참신한 지역 토박이를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구 출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 강은희 의원, 청와대 고위 인사가 거명된다.
이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달아올랐다. 새누리당 조직강화특위는 설 연휴가 끝나고 공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권지혜 기자
이한구 빈자리, 김부겸 앉을라… 與 ‘대항마’ 고심
입력 2015-02-16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