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한 지 20개월 만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낸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上告)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제시한 증거들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황을 더욱 폭넓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본다. 공안(公安) 사건에서 사법부의 디지털 문서 증거능력 판단이 점점 엄격해지자 이번에 확실하게 대법원의 정리를 받자는 의미도 담긴 상고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원주지청장)은 지난 13일 원 전 원장에 대한 상고장을 법원에 접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3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검찰보다 먼저 지난 12일 상고했다. 특별수사팀의 주장이 대법원에서 인정되면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별수사팀은 디지털 문서의 증거능력에 대해 최종심의 판단을 받기 위해 상고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선개입에 동원된 트위터 계정의 경우 우리(검찰)는 1157개로 봤는데, 항소심에서는 716개만 인정됐다”며 “디지털 문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법리적 문제가 대법원을 통해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심은 1심보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폭넓게 인정했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을 배척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있으려면 오로지 작성자의 법정 진술로 작성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자가 특정된 이후 시기만 유죄로 인정된 것 역시 검찰의 상고 이유가 됐다. 검찰은 적어도 2012년 1월부터 잡히는 44만6844건의 글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글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항소심에서 인정받은 건수는 13만6017건에 지나지 않았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여러 분야에서 법리적 판단이 최종심을 통해서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법원이 증거 판단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태도가 다른 수사에 미칠 여파를 감안해 상고한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장 사건뿐 아니라 다른 대공사건에서도 문제가 된다는 인식이다. 지난해 북한 보위부 직파간첩 사건 등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한 뒤 검찰의 간첩 수사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의 구속 사례가 사상 최초로 한 자릿수에 머물기도 했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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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거개입 트위터 계정 몇 개인지 大法서 가리자”
입력 2015-02-16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