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고향에 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점점 는단다. 얼마 전 중국에서도 설에 고향에 가고 싶지 않다는 비율이 더 많다는 뉴스가 나왔던 적이 있는데, 중국에서도 우리 사회와 같은 심리를 겪고 있는가?
주머니 사정이 워낙 안 좋다 보니 명절 쇠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기본이야 어찌 지킨다 하더라도 선물 보따리를 준비할 자신이 없고 세뱃돈 마련하는 무게도 간단치 않다. 게다가 진학이건 취직이건 결혼이건 승진이건 뭐 하나 자랑거리가 없으니 쏟아지는 온갖 질문에 답할 자신이 없고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어르신들의 덕담을 그러려니 넘길 여유도 안 생긴다.
재정적인 부담, 체력적인 부담, 심리적인 부담이 다 크다. 차례상을 마련하고 음식 준비에 시달리는 여성들만 느끼는 피로감이 아니다. 가장들만이 느끼는 부담감이 아니다. 가족을 꾸리지 않은 젊은이들도 다 느끼는 명절 피로감이다.
명절의 시간은 자신이 하나의 개체가 아님을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가족에 속해 있음을, 친족들과 역사로 엮여 있음을, 고향의 땅에 속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날개보다는 뿌리를 느끼고, 알게 모르게 자신의 어깨에 달려 있는 시간의 무게를 새삼 느끼게 된다. 쉽게 도망칠 수 없는 부담감이다. 이런 부담감에서 도피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당장 몸은 편할지 몰라도 금방 후회감이 들고 다음 명절에는 더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부담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까?
두말할 것 없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무게를 같이 지는 것이다. 설의 무게, 가족의 무게, 역사의 무게, 시간의 무게, 이야기의 무게, 덕담의 무게를 같이 지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살아 있는 가족이 중심이 될 것, 맛있는 음식을 같이 만들고 같이 먹고 선조에게 드리는 기쁨의 시간을 같이할 것, 필요한 노동을 서로 나눌 것, 섣불리 공적을 자랑하지 말 것, 섣불리 묻지 말 것, 섣불리 평가하지 말 것, 서로 격려해줄 것’ 등, 우리 함께하는 순간의 기쁨을 키우는 이번 설을 만들어보자!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설의 무게를 함께 지자!
입력 2015-02-16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