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부모님과 동생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들떠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하루가 한달 같아요.”
이번 설 명절에 친정을 방문하는 카이노인팅 조세핀(34·여)씨는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다. 2007년 한국으로 시집온 그녀는 2011년 8월 친정 방문후 지금껏 고향을 찾지 못했다.
남편 김진희(44)씨는 밀양시 삼량진에서 복숭아와 단감 농사를 지으며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지만 화목하게 살고 있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7살 태환이와 5살 태진이가 그녀의 가족이다.
태환 군은 “엄마고향인 필리핀 가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외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하고 용돈도 받을 생각을 하니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은 평소 부모님을 극진히 보살피는 조세핀씨의 고향 방문을 축하하며 덕담을 건넸다. 주민 김해연(61)씨는 “효부로 소문이 난데다 마을 일도 매사에 앞장서서 돕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친정가는 길에 조그만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조세핀씨는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 저소득층 아동들의 원어민 강사로 활동하며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지만 불쌍한 친정엄마를 생각하며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운 적도 많았다. 2013년 태풍 하이옌 여파로 친정 집 일부가 파손됐다는 소식을 접했을땐 가족들이 걱정돼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그런 그녀를 위해 남편은 경남도에서 지원하는 친정방문을 서둘러 신청했다.
남편 김씨는 “형편 때문에 아직까지 집수리를 못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이번에 아내 친정에 가서 집수리도 돕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조세핀씨 “남편의 세심한 배려로 이번 친정방문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루빨리 부모님과 형제들을 만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그녀의 고향 필리핀에는 친정 아버지(58)와 어머니(57), 남동생 3명이 가축을 돌보고, 코코넛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다.
경남도에서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베트남 등 8개국 다문화가족 68명의 친정 방문길을 지원한다. 조세핀씨 가족에게도 4명의 왕복항공권(244만원)과 현지 교통비(25만원)를 지급한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설레임… 밀양 조세핀씨, 4년만의 필리핀 친정 나들이
입력 2015-02-16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