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누가 제물인가?

입력 2015-02-16 02:04

기독교와 여타의 종교를 가르는 차이는 ‘제물을 누가 바치느냐’에 달려 있다. 대개의 종교는 인간이 자신을 희생해 신을 만족시킨다. 그리하여 신의 축복을 받아낸다. 인간의 지성(至誠)이 하늘을 감동시키는 전제다. 유독 기독교만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신이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 결과 인간이 축복을 선물로 듬뿍 받는다. 하나님이 인간을 감동시킨다.

‘누가 준비하는가’도 다르다. 다른 종교는 제물을 인간이 준비하지만, 기독교는 하나님이 손수 챙기신다. 그분은 아브라함을 위해 수풀 사이에 어린 양을 예비하셨으며, 만세 전부터 계획하신 대로 당신의 아들 예수를 희생 제물로 십자가에 기꺼이 내어놓으셨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친히, 먼저 준비하신다.

결정적 차이는 ‘누가 제물인가’이다. 십자가는 하나님 자신이 제물이 됐다는 증거다. 제사하는 대제사장이 제물로 바쳐지는 어린 양이다. 대제사장과 어린 양이 하나다. 사제가 제물이고, 제물이 사제다. 상천하지(上天下地)에 이런 하나님은 없다. 그 사랑 받고, 나 아닌 남을 번제물로 바칠 그런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나는 제사장 노릇만 하려들지 않는가. 내 삶의 지성소에는 누가 제물로 피 흘리는가. 남인가? 나인가?

김기현 목사(로고스서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