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萬數)와 람보, 사마귀 감독 중 누가 제일 마지막에 웃을까.’
프로농구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면서 선두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울산 모비스, 서울 SK, 원주 동부 세 팀의 다툼에 불이 붙었다.
이번 시즌은 지난해 말 모비스와 SK의 ‘양강’ 구도로 선두권이 형성됐다. 1월 초까지만 해도 1∼2위 팀 모비스·SK와 3위 팀 동부와의 격차는 4∼5경기로 유지됐다. 그런데 동부가 올스타 휴식기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3강’ 구도로 판세가 재편됐다.
동부는 13일 고양 오리온스를 75대 64로 꺾었다. 32승14패가 된 3위 동부는 이로써 2위 SK(32승13패)에 반 게임 차로 다가섰다. 모비스는 접전 끝에 문태영의 버저비터로 전주 KCC를 78대 76으로 힘겹게 물리치고 34승12패를 마크,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1위와 2, 3위와의 격차는 각각 1.5게임, 2게임에 불과하다. 동부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최근 5연승을 포함해 10승2패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모비스는 10승4패, SK는 6승5패로 주춤했다. SK는 11일 인천 전자랜드에 패하며 2012년 3월2일 이후 3년 만에 3연패를 당했다.
그래도 세 팀은 각각 자신만의 팀 컬러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모비스는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과시하는 팀이다. SK는 김선형으로부터 시작되는 속공 플레이가 능하고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인다. 동부는 이번 시즌 실점최소 1위(69점)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질식 수비를 펼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동부는 전반을 41-40으로 근소하게 앞선 채 마쳤지만 4쿼터 상대 득점을 10점으로 묶는 대신 득점포를 가동해 승리를 가져갔다.
감독들의 지략 대결도 흥미롭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만 가지 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의 ‘만수’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잘 다져놓은 조직력으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선보인다. 특히 유 감독은 이날 KCC전 승리로 프로농구 역대 최초 정규리그 500승 달성에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SK 문경은 감독은 현역 시절 ‘람보 슈터’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SK도 문 감독 스타일과 비슷하게 화려하고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한다. 동부 김영만 감독은 현역 시절 ‘사마귀 슈터’라는 별명과 함께 정확한 중장거리포와 끈끈한 수비력을 겸비한 포워드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물론 동부도 드롭존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압박 수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았지만 무너진 ‘동부산성’을 재건해 지난해 꼴찌 팀을 우승 후보까지 끌어 올렸다. 김 감독은 “욕심은 있지만 순리대로 할 것”이라며 “잡을 팀은 반드시 잡겠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원주=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농구] 삼국지, 패권 싸움 시작됐다
입력 2015-02-14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