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박지원, 전당대회 후 첫 만남… 朴, 앙금 남은 듯 사과 요구

입력 2015-02-14 02:44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13일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2·8전당대회 경쟁자였던 박지원 의원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당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던 박지원 의원과 만났다. 상호 협력과 통합을 다짐하는 자리였지만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절반의 화해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회동은 문 대표의 제안으로 서울 마포의 한 호텔에서 30분 정도 배석자 없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회동 후 다소 굳은 표정으로 시간차를 두고 따로따로 나와 현장을 떠났다.

두 사람이 기자들에게 전한 바에 따르면 문 대표가 “당의 단합을 위해 도와 달라”며 초계파 원탁회의 참여를 제안하자 박 의원은 “집권을 위해 평당원으로서 제 몫을 다해 돕겠다”고 협력을 약속했다. 문 대표는 4월 보궐선거에 대한 조언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의원은 “문 대표의 대권가도 성공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사과나 해명을 하는 게 좋겠다”며 참여정부 시절의 대북송금 특검과 전대 막판에 불거진 ‘경선 룰 파동’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등과 관련해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는 “문 대표가 (당선 후) 저에게 전화를 걸어 호남을 적극 배려하겠다. 인사 등 모든 문제를 상의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다 끝내놓고 무엇을 협의하겠다는 건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나와 상의했어야 옳았다. 약속이 지켜져야 신뢰관계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어색한 관계는 다 풀렸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즉답을 피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에게 “그동안 당을 이끌어왔던 분들, 이번에 경쟁했던 분들과 단합하며 가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