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대교 106중 추돌… 도로관리업체 책임 물을 수 있을까

입력 2015-02-14 02:30
인천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의 책임을 영종대교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에 물을 수 있을까. 영종대교가 상습적인 해무(海霧) 발생 지역인데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구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법원이 도로 관리에 명백한 하자가 있을 경우에만 관리 주체의 책임을 인정해 온 것에 비춰보면 신공항하이웨이에 법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고와 가장 비슷한 사례는 2006년 10월 3일 일어난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다. 당진∼평택을 잇는 서해대교 중간지점에서 25t 트럭이 앞에서 서행하던 1t 트럭을 들이받고,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쇄 충돌했다. 사고로 12명이 사망했다.

사고 원인은 영종대교 때와 마찬가지로 안개와 과속이었다. 피해자들의 보험사는 도로관리 주체인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보험사는 “도로공사 측이 운전자들에게 감속운전이나 사고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안개로 인해 발생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완벽한 방법을 사전에 미리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고속도로 안전순찰을 구역별로 나눠 실시하고 있었고, 건설 당시 가로등과 시선유도표지 등도 규정보다 더 촘촘하게 설치해 뒀다는 점도 고려됐다. 오히려 “도로 통행의 안전성은 안개 같은 위험 상황에서 도로를 이용하는 통행자들의 책임으로 확보해야 할 경우가 많다”며 운전자의 과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도로의 명백한 하자가 사고를 유발한 상황에서는 관리주체의 책임이 인정됐다. 2011년 1월 서모씨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동탄JCT 부근에서 빙판길에 미끄러지며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법원은 “사고가 난 곡선도로 지점은 곡선 반경과 경사 등을 고려할 때 미끄럼방지 포장시설이 필요했다”며 우천 시나 결빙에 대비한 시설을 갖추지 않은 도로공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대법원은 2010년 부산의 한 도로 갓길을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가 사고를 당한 김모씨와 가족들이 낸 소송에서도 지자체의 관리 소홀을 인정했다. 당시 갓길에 돌출돼 있던 배수로에 오토바이 앞바퀴가 걸려 넘어진 김씨는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갓길의 관리상 하자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부분이 인정된다”며 부산시가 김씨와 가족들에게 총 1억68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