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카드가 없다”… 곤혹스런 ‘K·Y라인’

입력 2015-02-14 02:29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왼쪽)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여론조사 인준' 제안 소식이 전해지자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대책을 상의하고 있다. 가운데는 원유철 정책위의장. 김태형 선임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연기를 선택하면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 중심의 정치를 주창해 왔던 ‘K·Y’(김무성·유승민) 지도부가 첫 합작품으로 ‘양보’를 선택하면서다.

현재로선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기대에 못 미치고, 주말 동안 여론 악화가 가속화할 우려도 있어 여권은 불안하다. 야당이 16일 본회의마저 재차 불참해 ‘반쪽짜리’ 총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표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자칫 돌발 변수가 터져나와 인준에 실패한다면 여권 전체가 대재앙에 휩싸이게 된다.

유 원내대표는 13일 열린 원내대표단·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당내에서) 전날 여야 합의에 대한 생각들이 다를 수 있겠지만 합의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설 명절을 지나고 2월 임시국회 남은 기간 야당이 의사일정을 거부하지 않고 같이 일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야당을 최대한 존중하고 대화와 소통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전제로 합의했다”며 “16일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임명동의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전날 합의가 야당을 배려해 내린 결정이었음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여당은 16일 본회의에서의 표결 강행 방침이 확고하지만 민심 이반이 부담이다. 본회의까지 새로 시간이 주어진 만큼 주말 동안의 여론 향배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 악화가 수치로 굳어질 경우 야당의 자진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본회의에서도 야당이 불참하면 새누리당은 총리 인준 단독 처리라는 오명을 얻게 되고 청와대도 애초 기대했던 개각 효과를 잃게 된다.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경우 새 원내지도부의 개혁적 이미지도 깎이게 된다.

남은 기간 야당이 추가 의혹을 폭로할지도 변수다. 유성엽 인사청문특위 야당 간사는 오전 YTN 라디오에 나와 “야당 입장에서는 현재 후보자나 정부 각 기관이 그동안 제출하지 않았거나 미흡한 부분에 대해 16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꼭 제출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런 부분이 와줘야 정말 적격인지 부적격인지 판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거나 인준 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여권은 회복 불가능한 내상을 입게 된다.

새누리당의 가장 큰 고민은 여론을 반전시킬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당 관계자는 “일단 인준안을 처리한 뒤 이 후보자가 제대로 총리 역할을 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주말 동안 여야 의원들이 인사청문회 결과나 주변 여론을 다 참고해 찬반을 고심할 것”이라며 “국정운영 공백이 최소화되려면 어쨌든 총리가 빨리 취임해야 한다”고 말했다.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