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장점유율의 높고 낮음 자체가 선악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자유경제시장 체제에서라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명제일 것이다. 시장점유율은 소비자 선택의 결과다. 따라서 어떠한 상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점유율 제한 규제는 사업자의 영업 자유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도 사전 점유율 제한규제를 취하지 않고 사후 행위규제 방식을 일반화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1등의 지위를 특정 사업자가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통해 획득했다는 것이 검증되어야만 그 행위를 악으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합산규제는 시장점유율 제한과 달리 가입점유율을 사전 제한하는 것으로, 독일이나 미국 등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방식이다. 혹자는 이와 같은 합산규제를 두고 KT만 반대하고 다른 사업자는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지 않으면 오히려 KT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합산규제 도입 주장의 수위를 높인다. 합산규제 논의의 실체는 소유지분상 특수관계를 이루고 있는 KT와 스카이라이프 간 유료방송 합산 점유율이 33%에 임박하거나 초과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리고 합산규제 도입의 진정한 의도는 유료방송시장 내 ‘1등’(KT+스카이라이프)에 대한 영업제한의 발목잡기로 ‘2등 이하’의 경쟁 사업자가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에 있다. 방송의 다양성, 규제 형평성,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등등은 합산규제의 실체나 목적이 아니다. 이 점에서 합산규제는 시청자 선택권이나 사업자 영업 침해라는 사전 점유율 제한 방식으로서의 본질적 문제 외에 특정 사업자를 표적으로 영업권에 대한 직접적 제한을 목적으로 한 처분적 법률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현 시점 ‘1등’ 사업자인 KT만 반대하게 만드는 법안의 처분적 위헌성 때문에 합산규제가 도입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 영역을 불문하고, ‘1등’ 사업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부당한 규제를 한다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무엇보다 지상파나 종편같이 보도나 뉴스 등 방송 콘텐츠 제작 중심이 아닌 화질이나 음질, VOD와 같은 부가서비스 등으로 서비스 경쟁을 하는 유료방송시장을 대상으로 합산규제와 같이 33% 사전 점유율 제한 규제를 적용한다면 종국에 누가 피해를 보게 될까? 보다 나은 유료방송 서비스에 대한 시청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뿐만 아니라 사업자 간 경쟁 저하로 서비스 전반의 질적 저하와 방송산업 전반의 악순환을 고착화시킬 우려가 크다.
그간 외국 사모펀드 먹튀 논란, 노동자 대량 해고 등의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바 있는 케이블TV 씨앤앰이 매물 시장에 나왔다. 누가 이를 인수할 것인지, 그리고 그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지가 또 다른 흥행 이슈가 되고 있다. 만약 MSO 중 1위 사업자가 씨앤앰을 인수할 경우 전체 유료방송 최대 사업자로 등극할 수 있으며 이로써 합산규제 33% 제한을 직접 받을 수도 있다.
자유경제시장에서는 영원한 1등도, 영원한 꼴찌도 없다. 점유율 제한 규제가 아닌 혁신과 창조로 누구든지 1등이 될 수 있고, 그 1등이 되기까지 불공정하지 않은 정당한 방법이 질서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갖춰지는 것이 진정한 창조경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합리적 규제 모색이 절실하다.
김택환(경기대 교수·언론미디어학과)
[기고-김택환] 미래 발목 잡는 합산규제
입력 2015-02-1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