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가 궁금하다] 호주·캐나다, 수명 긴 플라스틱 화폐… 인도는 15개 언어로 액면금액 표시

입력 2015-02-14 02:55
노르웨이의 새 지폐 도안

화폐는 각 국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얼굴이다. 이 때문에 화폐 도안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나 명소, 유물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종이돈과 주화로 구성되며 지폐에는 가로 도안이 들어간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천편일률적인 틀을 깬 지폐를 선보이기도 한다.

호주 캐나다 등에서는 종이 대신 플라스틱 화폐를 쓰고 있다. 플라스틱 화폐는 겉으로 보기엔 종이와 차이가 없다. 대신 손으로 찢어지지 않고 쉽게 구겨지지 않으며 방수 기능이 있어 수명이 종이에 비해 4배 정도 길다. 제조비용이 2배 정도 더 들지만 관리 비용을 고려하면 더 경제적이다. 또 위폐 방지를 위한 홀로그램, 복잡한 인쇄기술 등 보안기술 적용도 쉽다. 영국도 내년부터 플라스틱 화폐를 도입한다. 5파운드 지폐를 시작으로 2017년엔 10파운드 지폐도 바꿀 예정이다.

지폐는 가로라는 편견을 버린 경우도 있다. 스위스 ‘프랑’에는 도안이 세로로 그려져 있다. 사람들이 지폐를 세로로 주고받기 때문에 쉽게 권종을 알아볼 수 있도록 세로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스위스 지폐만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위조방지 기술에 있다. 프랑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20개 이상의 위조방지 기술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르웨이는 2017년부터 도입할 새 지폐 도안에 파격을 더했다. ‘바다’를 주제로 한 디자인 공모에서 선정된 새 도안에는 등대, 낚싯배, 바이킹, 바닷가 풍경 등이 담겼다. 진짜 놀라운 점은 뒷면에 숨어 있다. 마치 모자이크 처리된 것 같은 도안이 뒷면을 장식하고 있다. 디자인 안을 낸 건축 디자인 그룹 스노헤타는 “뒷면 도안은 우리 시대의 사각 언어인 픽셀을 표현한 것”이라며 “지폐 뒷면을 펼쳤을 때 이어지는 모자이크는 해안과 수평선 등 경계의 풍경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권종마다 다양한 디자인을 뽐내는 지폐가 있는가 하면 인도와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지폐에선 단 한 인물만 찾아볼 수 있다. 인도 지폐엔 마하트마 간디, 중국 위안화에는 마오쩌둥, 남아공엔 넬슨 만델라가 모든 지폐 앞면을 장식하고 있다. 모두 각 나라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 인물들이다.

인도 루피화에는 특별한 점이 또 하나 있다. 지폐 뒷면 왼쪽에 액면금액이 15개 언어로 적혀 있다. 다인종·다언어 국가인 인도는 모든 국민이 지폐 액면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헌법상 공용어를 모두 표기하고 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