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소속 일부 비상장 계열사가 주식을 회계상 최저 가격인 ‘주당 1원’으로 평가해 총수 일가족이나 계열사 간에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재벌닷컴이 2013년 이후 올해까지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비상장 계열사 주식 매매를 조사한 결과 GS와 이랜드, 삼성, 동부, LS 등 5개 그룹 소속 9개 계열사 주식이 주당 1원으로 거래됐다.
지난 1월 GS그룹 계열사인 ‘위너셋’은 보유 중이던 액면가 5000원짜리 GS플라텍 주식 105만7000여주를 GS에너지에 주당 1원으로 계산해 105만7000원을 받고 모두 팔았다. GS그룹 계열사인 코스모화학과 코스모산업도 작년 11월 보유하던 코스모앤컴퍼니 주식 94만2700주(액면가 5000원)를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에게 94만2700원에 매각했다.
LS그룹 계열사인 LS산전도 보유 중이던 반도체 제조 업체인 트리노테크놀리지 주식 236만8000여주(66.7%)를 주당 1원을 받고 237만원에 개인에게 모두 팔았다. 이 회사는 2013년 기준으로 적자를 내면서 자본이 잠식된 상태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화옹은 2013년 12월 보유 중인 농업법인 동부팜 주식 12만7000여주(23.66%)를 동부팜한농에 12만7000원을 받고 매각했다. 매각 당시 동부팜도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매각 이후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자녀가 동부팜한농의 대주주가 됐다. 삼성전자도 2013년 12월 보유하던 반도체 소재 제조 업체 에스에스엘엠의 주식 662만여주(30.1%)를 일본계 화학 업체인 스미토모화학에 주당 1원으로 평가해 662만원을 받고 처분했다.
주당 1원에 거래된 회사들은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거나 최근 2∼3년간 적자가 누적된 회사들로 주식 가치가 저평가될 요소가 갖춰져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헐값으로 주식을 거래한 이유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1원 주식으로 거래된 회사 중에는 회생 가능성이 큰 곳도 있다”며 “특히 일부 기업은 오너 일가에 주식을 몰아주기 위해 일부러 주식을 저평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대기업 계열사 주식이 단돈 1원?
입력 2015-02-14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