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론조사로 총리 뽑을 거면 헌법 규정은 왜 있나

입력 2015-02-14 02:02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를 여야 공동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제의는 생뚱맞다. 문 대표는 13일 “이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당의 입장이 매우 곤혹스럽다”면서 “우리 당은 국정 발목 잡는 것 같은 모양을 원하지 않는다”며 느닷없이 여론조사를 제의했다.

문 대표 제안은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국회의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뒤 오는 16일 동의안을 처리키로 한 전날의 여야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 것으로, 평소 신뢰정치를 강조하던 문 대표의 정치적 소신과 정면 배치된다. 총리는 인기투표로 뽑는 자리가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인준 절차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헌법 86조 1항에 ‘총리는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국회 동의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다.

율사인 문 대표가 이런 절차를 모를 리 없다. 국회 의석 분포상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민심을 명분삼아 새정치연합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 이 후보자를 내치려는 꼼수에 다름 아니다. ‘부적합 41%, 적합 29%’라는 지난 10∼12일의 한국갤럽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여론이 이 후보자에게 비우호적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리 여론조사가 민심의 척도라 해도 이를 헌법이 규정한 국회 표결 효력과 동일시하자는 것은 난센스다. 앞으로 민감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조사로 정하자고 할 건지 문 대표에게 묻고 싶다.

야당으로선 왜곡된 언론관을 갖고 있고 병역 특혜 및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이 후보자의 총리 임명에 반대할 이유가 충분하다. 야당 주장대로 자진사퇴를 바란다면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면 된다. 아니면 새누리당과 합의한 대로 16일 국회 표결로 정정당당하게 의사를 표시하는 게 정도다. 합의사항에 이런저런 토를 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