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이다. 학교 주변 산 이름 하나쯤은 언급된 교가 제창을 끝으로 사회로 향하는 시기이다. 월악산, 설악산 등 ‘악’자 들어가는 산은 긴뿔 모양의 큰 산인데 대개의 경우 흙으로 이루어진 토산과 달리 암석이 많이 노출되어 빼어난 경관과 웅장함을 지닌다. 돌과 바위를 이르는 암석은 광물이나 이와 유사한 물질이 모여 형성된 결정체를 말한다. 그 돌이 그 돌처럼 보이지만 이들도 과학적으로 엄격히 구분되는 기준을 지닌다.
암석은 크게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의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그 기준은 생성상의 차이점에 있다. 지각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화성암은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어 형성되거나 지하에서 마그마가 다른 암반 속으로 침투해 만들어진다. 지표면의 75∼80%를 덮고 있는 퇴적암은 바람, 빙하, 중력 또는 흐르는 물에 의한 풍화, 침식작용으로 파편화된 암석조각이 쌓여 생성된다. 변성암은 지표면의 약 17%를 차지하는데 화성암이나 퇴적암이 물리화학적 변화를 겪음으로써 만들어지는 암석이다.
가장 흔한 암석인 화성암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다른 두 암석이 이를 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풍부한 보편성을 앞세워 맷돌부터 남대문 석축기단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퇴적암이 형성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건은 장구한 시간인 까닭에 이들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화석이란 이름의 기록으로 품는다. 이 같은 퇴적암으로 만들어진 인류유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 앙코르와트를 들 수 있다. 대기압의 수천 배에 이르는 압력과 섭씨 500∼700도의 고온이 생성 조건으로 요구되는 변성암은 건축과 조형 등에 이용되는데 밀로의 비너스상은 대표적 변성암인 대리석으로 조각된 것이다.
화성암은 용암 분출이라는 뜨거운 열정 없이, 퇴적암은 오랜 기다림이란 인내 없이, 변성암은 물리화학적 변화라는 융합의 요건 없이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다. 졸업이란 새로운 자신을 생성해가는 또 다른 과정의 출발점이다.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이들을 새롭게 탄생시켜줄 요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기를 희망해 본다.
노태호(KEI 글로벌전략센터장)
[사이언스 토크] 암석의 생성요건
입력 2015-02-1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