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재소자들과 생활하며 배려 배워” 판 사 “돈으로 자존감 무릎 꿇린 사건”

입력 2015-02-13 03:37 수정 2015-02-13 19:30
조현아(41·여)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반성문은 꽤 길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 오성우 부장판사는 12일 ‘땅콩 회항’ 선고공판에서 그 반성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날 아무 일 없었더라면 오늘 이렇게 가정과 회사를 놓아버리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아마 1년, 운이 좋더라도 10년 뒤에는 이곳(구치소)에 있게 됐을 것 같습니다. 또 누군가가 (저 때문에) 눈물 흘리고 깊은 모욕감에 좌절했을지 모릅니다. 여기 오지 않았다면 낯선 이로부터 대가 없는 도움을 받고 고맙게 여길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 전 부사장이 언급한 ‘낯선 이’는 구치소에서 같은 방을 쓰는 재소자들이었다.

“제 주위 분(재소자)들은 스킨과 로션을 빌려주고 과자도 선뜻 내줬습니다. 더 고마웠던 건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은 것입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 이게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이게 많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반성문을 다 읽고 나온 판결은 매서웠다.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다.”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떨궜다. 7차례나 반성문을 써냈지만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오 판사는 “돈과 지위로 인간의 자존감을 무릎 꿇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만 있었다면, 직원을 노예처럼 부리지 않았다면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꾸짖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