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인천공항 면세점 6조 고베팅… ‘승자의 저주’ 우려

입력 2015-02-13 03:19

인천국제공항 제3기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8개 권역의 5년간 임차료로 6조4200억원을 써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롯데와 함께 8개 권역에 모두 입찰한 호텔신라의 3조9100억원보다 2조5100억원이 더 많다.

4개 권역을 따낸 롯데가 5년간 내야 할 임차료만 3조6000억원이 넘는다. 2기 사업자 전체 연간 부담액(6000여억원)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지난해 전체 매출(2조1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가뜩이나 높은 임차료로 수익을 내기 힘든 공항 면세점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롯데는 11일 발표된 인천공항 3기 면세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8개 권역 모두 최고가를 써냈다.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써낸 신라보다 적게는 900억원에서 많게는 4000억원 많은 금액을 제출했다. 하지만 롯데는 품목별로 나뉜 4개 그룹 중 한 그룹에서 동일 사업자가 낙찰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4개 권역만 낙찰 받았다.

이에 따라 롯데가 면세점 사업권 확보를 위해 지나친 ‘고베팅’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인천공항 측은 입찰 당시 3기 사업 권역 중 임차료가 가장 높은 1권역의 첫해 최소 임차료를 1049억원으로 제시했다. 롯데는 5년간 임차료로 1조1651억원을 써내 매년 2% 이상 임차료가 오르는 것을 감안해도 인천공항 측이 제시한 최저 임차료의 2배 정도를 써낸 셈이 됐다.

롯데가 최대로 낙찰 받을 수 있는 4개 권역을 낙찰 받고도 ‘승자의 저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에선 가뜩이나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공항 면세점에서 수익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현재도 롯데와 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매년 200억원 정도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도 있다. 인천공항이 공항 면세점 매출 1위이고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전망이 밝긴 하지만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인천공항 면세점 1·2·3기 전부를 운영한 것은 롯데가 유일할 정도로 충분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기존보다 운영 면적이 50% 정도 증가했고, 상대적으로 덜 활성화됐던 탑승동(8권역)에 외항사 취항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많은 금액은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중소·중견기업 구역인 11권역 역시 임차료가 예상보다 높았다. 참존은 해당 구역에서 2032억원의 임차료를 써내 경쟁사보다 2배 정도 많은 금액을 제시했다. 중소·중견기업 3개 권역이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입찰보증서가 제출되지 않아 유찰된 것을 감안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