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한적 지상전’ 카드를 꺼내들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새로운 전쟁에 끌려들어가길 거부해오던 오바마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과 미군의 주도적 역할을 원하는 여론을 결국 뿌리치지 못했다. 전황이 장기화될 경우 ‘제한적’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뗀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美 특수전사령부를 주목하라=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의회에 IS를 상대로 3년 기한의 무력사용권(AUMF) 승인을 요청하는 이유로 인질 구출작전, IS 지도부 무력화, 군사훈련 자문 등을 내세웠다. 이는 ‘특수부대를 동원한 지상전 전개’를 천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특수부대를 총괄하는 통합특수전사령부(SOCOM)가 격퇴전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SOCOM은 육·해·공·해병·합동 특수전력 6만6000여명을 지휘하고 있다.
SOCOM 산하 부대 중 최대 조직은 육군 특전사다. ‘그린베레’로 유명한 특전단이 주축을 이룬다. 해군 특전사로는 파키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네이비실(Navy SEAL)이 주목된다. SOCOM 안에는 대테러전 전담 부대인 합동특수전사령부(JSOC)도 있다. 주요 인사 저격 등 고위험 특수임무를 전담하는 ‘특수부대 중의 특수부대’로 해군 ‘데브그루’(DevGru, 실 6팀)와 육군의 ‘델타포스’, 정보지원대(ISA) 등 각군의 최정예 전력으로 구성돼 있다. JSOC는 특히 지휘체계상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직접 작전통제를 받는 백악관의 ‘별동대’ 격이어서 인질 구출작전 등에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4월 모술 탈환전 이어 라카 공략할 듯=이들 특수부대는 우선 오는 4월로 예고된 대규모 ‘모술 탈환전’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할 전망이다. 대규모 공습 이후 미 특수부대와 연합군 지상병력이 이라크군과 합동작전을 펼쳐 이라크 제2 도시이자 IS 거점인 모술을 수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모술을 장악한 뒤에는 인질 구출과 IS 지도부 무력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IS의 총본산으로 알려진 시리아 라카 지역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IS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비롯한 지도부가 안전을 위해 수시로 거처를 옮기기 때문에 동시다발적 기습 침투와 정밀폭격 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밀폭격에는 합동정밀직격탄(JDAM)과 레이저유도폭탄(GBU-24) 등이 동원될 전망이다.
이후에는 쿠르드군, 이라크군과 연계해 IS의 돈줄인 유전지대 바이지, 최근 최대 격전지인 코바니 인근 등 IS 요충지에 대한 기동타격도 예상된다.
◇‘제한전’은 정치적 수사, 전략적 ‘유연성’ 확대 전망=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전면적 지상군 투입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전면적 투입은 없다’는 말을 뒤집어보면 ‘제한적’ 정예 전력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상전을 수행,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표면적으로는 의회가 작전권을 제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무제한적 전쟁수행 권한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미 외교협회 미카 젠코도 “실제 전쟁을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제한’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부시의 전쟁 끝내고… IS 격퇴 ‘오바마의 전쟁’ 시작한다
입력 2015-02-13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