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인천공항 면세점 6조 고베팅… ‘승자의 저주’ 우려

입력 2015-02-13 02:34

인천국제공항 제3기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8개 권역의 5년간 임차료로 6조4200억원을 써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롯데와 함께 8개 권역에 모두 입찰한 호텔신라의 3조9100억원보다 2조5100억원이 더 많다.

4개 권역을 따낸 롯데가 5년간 내야 할 임차료만 3조6000억원이 넘는다. 2기 사업자 전체 연간 부담액(6000여억원)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지난해 전체 매출(2조1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가뜩이나 높은 임차료로 수익을 내기 힘든 공항 면세점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업체가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롯데는 11일 발표된 인천공항 3기 면세사업자 입찰 과정에서 8개 권역 모두 최고가를 써냈다.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써낸 신라보다 적게는 900억원에서 많게는 4000억원이나 많은 금액을 제출했다. 하지만 롯데는 품목별로 나뉜 4개 그룹 중 한 그룹에서 동일 사업자가 낙찰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4개 권역만 낙찰 받았다.

이에 따라 롯데가 면세점 사업권 확보를 위해 지나친 ‘고베팅’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인천공항 측은 입찰 당시 3기 사업 권역 중 임차료가 가장 높은 1권역의 첫해 최소 임차료를 1049억원으로 제시했다. 롯데는 5년간 임차료로 1조1651억원을 써내 매년 2% 이상 임차료가 오르는 것을 감안해도 인천공항 측이 제시한 최저 임차료의 2배 정도를 써낸 셈이 됐다.

롯데 입장에선 최대로 낙찰 받을 수 있는 4개 권역을 낙찰 받았지만 향후 납부해야 할 임대료가 만만치 않아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업계에선 가뜩이나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공항 면세점에서 수익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승자의 저주’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도 롯데와 신라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매년 200억원 정도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도 있다. 인천공항이 세계 면세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국내 면세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기존보다 운영 면적이 늘었고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던 8권역도 활발히 운영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소·중견기업 구역인 11권역 역시 임차료가 예상보다 비싸다는 지적이다. 참존은 해당 구역에서 2032억원의 임차료를 써내 경쟁사보다 2배 정도 많은 금액을 써냈다. 중소·중견기업 3개 권역이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입찰보증서가 제출되지 않아 유찰된 것을 감안하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