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 연기는 사실상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첫 번째 정치적 선택이다. 그는 그동안 본회의 처리 ‘정면 돌파’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지만 12일 여야 합의를 통해 연기를 결정하며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유지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12일 본회의를 열어 인준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자정 무렵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여당 인사청문특위 위원들과 원내 부대표단을 모두 불러 대책회의를 가졌다. 의결 정족수 확보와 표 단속을 위해 의원들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도 발송했다. 해외에 체류 중이던 일부 의원들은 긴급히 일정을 앞당겨 귀국 티켓을 끊었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날 오후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를 ‘덜컥’ 받아들였다. 오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단독 처리를 지휘하고, 정 의장을 찾아가 임명동의안 처리를 간곡히 부탁했던 모습에 비하면 급반전이다.
유 원내대표는 일단 ‘양보’의 정치력을 발휘했다. ‘설 명절 전 처리’가 가능한 만큼 마지노선을 지켰고, 한 차례 양보를 통해 표결 처리의 명분도 쌓았다. 정 의장의 상정·처리 약속도 얻어냈다. 단독 처리 강행 시 개혁적 이미지도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날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면 새누리당 전체에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국회 본회의 16일로 연기] 유승민, ‘정면 돌파’ 외치다 멈춰선 까닭은
입력 2015-02-13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