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임시 휴장한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사가 사자에 물려 숨졌다. 서울대공원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지 1년5개월 만이다. 이번에도 안전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119구조 신고는 발견하고 24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서울시설공단은 12일 오후 2시25분쯤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맹수마을의 방사장에서 사육사 김모(53)씨가 온몸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예정된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마치고 오후 2시15분쯤 방사장 안에 놓여 있던 종이모형을 치우다 사자에게 물린 것이다.
그러나 무전을 받은 어린이대공원 측은 24분이 지난 오후 2시49분에야 119에 신고했다. 긴급 출동한 구조대가 김씨를 병원으로 옮기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숨졌다. 출혈이 심한 상황에서 김씨가 한참 방치돼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처음 연락을 받고 동물을 마취해 제압하고 사람을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마취총을 가지러 간 사이 다른 직원들이 방사장에 있던 사자를 내실 안으로 들여놨다”고 해명했다.
안전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맹수류를 관리하는 사육사들은 통상 2인 1조로 일한다. 안전을 위해서다. 하지만 어린이대공원은 동반 근무를 의무화한 규정이 없다. 사고 당시 김씨는 혼자 근무 중이었다.
사고가 났을 때 시민 관람객은 없었다. 최근 중랑천 조류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어린이대공원은 지난 8일부터 동물원 전체를 임시 휴장한 상태였다.
사자 방사장은 나무와 그루터기, 바위, 흙바닥 등을 조성해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꾸민 곳이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사가 동물에게 물린 사고는 처음이다. 앞서 2013년 11월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사육사가 호랑이 전시장을 청소하다 시베리아 수컷 호랑이에게 물려 보름 만에 숨졌다.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사육사, 사자에 물려 숨져
입력 2015-02-13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