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PC 안으로 인터넷몰은 PC 밖으로… 유통가 ‘온-오프’ 채널파괴 가속

입력 2015-02-13 02:34

미국 전역에 4000여개 매장을 가진 94년 전통의 가전제품 유통업체 ‘라디오셰크’가 이달 초 미국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온라인 중심의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파산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 라디오셰크 파산신청과 맞물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 라디오셰크 매장 인수를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디오셰크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던 아마존이 오프라인 매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은 라디오셰크 매장 중 일부를 인수해 제품을 전시하는 쇼룸이나 온라인 주문 상품을 수령하는 센터 등으로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및 TV홈쇼핑 등 오프라인 매장에 기반하지 않은 국내외 유통사들의 오프라인 진출이 빈번해지고 있다. 오프라인 업체의 온라인 전략이 일반화되는 등 온·오프라인 간 유통 채널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유통 채널 간 통합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TV홈쇼핑과 온라인 기반의 CJ몰을 운영 중인 CJ오쇼핑은 오는 4월부터 방문판매 시장에 뛰어든다. 자체 브랜드(PB) 화장품인 르페르를 기존 TV와 온라인 등의 채널에 더해 방문판매를 통해서도 판매한다. 회사 측은 주 고객들이 밀집한 서울 서초 및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에 들어간 후 전국으로 판매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스퀘어원에 ‘스타일온에어’라는 상설 매장을 열어 의류를 판매한다.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장난감 전문몰 ‘아이토이즈’를 오픈했다. 같은 달 인터넷에 온라인 아이토이즈 전문 매장을 만든 후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을 찾을 수 있는 ‘인터파크 북파크’ 매장도 열었다. 인터넷 서점인 예스24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에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를 체험할 수 있는 ‘크레마 라운지’를 열었다.

이처럼 온라인 기반의 업체들이 오프라인 공간에 관심을 두는 것은 상품의 구매와 결제 등의 방식이 온·오프라인 간 연결(O2O)로 빠르게 변화하는 영향이 크다. 또 오프라인 업체의 온라인 진출로 타격을 받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시장으로 다시 진출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온라인의 오프라인화가 이뤄지는 한편에선 오프라인의 온라인화 역시 여전하다. 일본의 마쓰야긴자 백화점은 점포에 없는 여성용 구두를 인터넷 등으로 예약 주문하면 실제 매장에서 신어본 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국내의 롯데백화점도 온라인 주문 상품을 직접 찾을 수 있는 픽업 서비스를 확충하는 온·오프라인 간 통합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2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경우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선호되는 측면이 있다”며 “점차 온·오프라인 간 구분이 모호해지는 방식으로 유통 채널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